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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성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
올해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환경부 장관은 20조원 규모의 환경산업 해외수출을 목표로 제시하였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에 지역별 맞춤형 수출전략을 수립하고, 그간 내수시장에 머물러 있는 환경산업을 해외로 진출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러한 환경부 정책방향에 대해 환경부 본연의 기능과 정책 우선순위 결정에 있어서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산업은 일반적으로 환경보전 및 관리를 위한 시설과 기기 등을 설계하고 제작·설치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정의된다. 전통적인 환경산업은 폐기물 관리, 대기오염 저감 그리고 수질 개선 등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소득수준 증가로 삶의 질에 대한 관심과 깨끗한 환경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환경산업의 범주와 규모가 커지고 있다. 본연의 환경오염 개선 외에도 자원 절약 그리고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에도 기여하는 등 산업적 측면이 강조되는 추세다. 환경산업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환경산업 매출액은 2004년 약 21조원에서 2020년 약 102조 원으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GDP 대비 환경산업 매출 비중도 2004년 2.4%에서 2020년 5.2%로 높아졌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환경산업의 현실은 그다지 밝지 않다. 환경산업 관련 사업체 중 300인 이상 종사자를 가지고 있는 사업체 비율은 2%에 불과하다. 반면 52%가 4인 이하 영세사업장이다. 매출액 기준으로도 100억원 이상인 사업체 비중은 10곳 중 한 곳에 불과한 데 비해 10억원 미만의 매출 규모를 갖고 있는 사업체가 전체의 57%를 차지한다. 특히 환경산업 분야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환경산업 기술 수준 또한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환경산업과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산업은 전통적인 영역에서 벗어나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와 같은 에너지산업 영역을 비롯하여 수송부문 그리고 인프라 등 건설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산업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은 관련 시장이 인위적으로 창출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정부의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혹은 친환경차 보조 등은 수송부문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또한 국제 이슈가 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은 국제무역의 판도를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환경규제와 환경정책은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첫 단추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환경산업 정책은 환경부를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 15년 동안 규모면에서 괄목 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계 환경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환경산업 선진국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미래의 환경산업은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인공지능 기반의 4차 환경산업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환경부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산업통상자원부, 과기정통부, 국토교통부 등 범정부차원의 전략과 협력이 절실하다. 결국 환경부는 선제적인 정책과 합리적인 규제를 통해 새로운 환경산업과 시장의 문을 여는데 집중하고, 그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환경부를 비롯하여 산업통상자원부 등 범부처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제는 부처이기주의를 벗어나서 환경산업을 국가적 이젠다로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 모쪼록 2023년을 기점으로 환경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