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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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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국제공조로 풀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15 09:03
임은정 국립공주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

임은정 공주대 교수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쌓여 있는 오염수를 올 봄부터 태평양으로 방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여러 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주변국들의 우려를 의식해 방사능 수치를 철저하게 측정해 공개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도쿄전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문가 리뷰를 받아 시책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측이 측정 대상 물질 64종에서 스트론튬, 텔루륨, 루비듐 등 37종을 빼고 4종을 새로 추가해 총 31종만 측정하겠다는 계획을 전해 온 데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잡힌 어종에서 기준치가 넘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며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방사능 물질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고 그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오염수 역시 아무리 희석하고 처리를 하더라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방사능 물질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이런 물질들이 해양 생태계는 물론 주변 국가의 어업이나 국민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지금 시점에서는 단언하기 힘들다. 더구나 앞으로도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를, 후쿠시마 원전 폐로 과정에서 나오게 될 또 다른 오염물질들을 생각할 때 아찔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일본과 인접한 데다 책임과 공정을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일본 측에게 투명한 정보 공개와 철저한 모니터링, 나아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의 대응 조치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의 정당한 권리를 넘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다. 다만 독자적으로 요구하고 대응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점들에 유념하며 국제적인 협력을 도모할 것을 주문한다.

첫째, 이 문제가 한일 양자 간 문제로만 비춰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정권 교체 이후 일본 정치권과 당국이 한국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이 현저하게 바뀐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일본 측도 아베 신조와 그 뜻을 계승하는 지도자들이 집권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을 전략적인 파트너로 보지 않는 시각이 강했다. 미·중 전략 경쟁의 국면 속에서, 북한의 수위 넘는 도발 속에서, 문 정부가 취하는 입장이 일본의 전략적 판단과는 궤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역사 문제까지 겹치며 한일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다. 이런 경색 국면에서는 일본이 오염수 문제를 한일 관계의 프레임에 가둘 수 있는 여지가 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여러 노력에 의해 한일관계는 개선될 가능성들이 관찰되고 있다. 이런 변화의 국면에서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활용에 적극적인 현 정부로선 오염수 문제를 계속 언급하는 것이 부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한일관계의 문제라기 보다 방사능에 의한 인간의 안전과 해양생태계 보호, 어업의 직·간접적 피해 등 한일관계보다 상위의 이슈를 아우르는 인류와 환경의 보편적인 가치의 문제인 만큼 회피할 것이 아니라 공론화해야 한다.

둘째, 공론화 과정에서도 이 문제가 한일 양국 관계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보편적인 우려에 동조하는 주변국, 특히 태평양 도서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 더 나아가 미국의 알래스카주나 캘리포니아주 같이 태평양을 접하고 있어 비슷한 걱정을 함께 하는 곳과 공조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한국이 독자적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기보다 일본에게 레버리지가 강한 혹은 일본이 협력관계를 중요시 할 수 밖에 없는 행위자들과 연대하여 공론화할 때 더욱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다.

한국 역시 원자력 강국 중 하나로서 방사능 물질에 관한 문제는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일본에 대한 공격의 소재로 삼기보다 인류보편적 가치에 입각하고, 아울러 원자력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협력과 공조의 소재로 삼아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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