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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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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K-원전 수출 강국을 위한 조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19 07:26

이희병 TQD Energia 부사장/전 한국전력기술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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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병 TQD Energia 부사장/ 전 한국전력기술 처장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유럽연합(EU)이 지난해 7월 원전을 친 환경 분류체계인 그린 택소노미로 분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영국을 비롯해 체코,폴란드,네덜란드,불가리아,헝가리, 튀르기예 등의 유럽국가는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국가들도 원전 건설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 등으로 에너지 수급불안과 에너지 안보의 위협을 받는 독일과 벨기에 등 이른바 탈 원전 기조를 유지해 온 국가들도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과 함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다.

원전업계와 전문가들은 ‘그린 택소노미 후광효과’로 유럽을 중심으로 약 1조 유로(약 148조원)가 원전 건설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 택소노미 발 원전특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원전건설에서 최고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중국,프랑스,러시아, 일본,미국 등 경쟁국들도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원전건설 사업 수주전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최근 세계 원전 건설시장은 원전수출국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원전을 건설한 뒤 발전소 가동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판매하여 건설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해 가는 방식이 세계적 추세다. 따라서 원전 수출에서 재원조달 능력이 최대의 관건이다. 더불어 원전 입찰은 경제협력과 방산 및 IT 과학기술 분야를 하나로 묶어 패키지로 발주되는 추세로 원전 발주국가별 정확하고 발빠른 발주정보 확보와 발주처의 눈높이에 걸맞는 맞춤형 수주전략이 요구된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UAE에 수출한 차세대 한국형 원전 ‘APR1400’은 계획 기간(On-time)과 예산(Within schedule) 이내에 완공함으로써 세계 최고 성능의 원전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에 비해 중국(HPR1000)과 프랑스(CAP1400 및 EPR1600)는 각각 자체 개발한 원전의 해외 성공적 완공 사례가 아직 없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고 있으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발생 등 저마다 원전수출에 핸디캡을 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20대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윤석열정부에서 전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을 폐기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원전세일즈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해외 원전 수출을 견제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같은 동맹국과 ‘팀 USA’를 구축해 해외 원전건설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 같은 세계 원전건설 시장 여건은 우리나라에게 글로벌 원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더 없는 절호의 찬스인 만큼 이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가 가진 완성도 높은 기술력 및 원전 전 단계 공급체인(Vertical Supply Chain)과 미국의 외교력 및 자금력을 결합한 한미 공조의 해외 수출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대형원전의 사용 후 폐기물 처리 기술 및 안전성 향상 선진기술 개발과 세계 최초로 개발을 시작한 한국형 소형원전(SMR)의 2030년 이전 조기개발에 민관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원전은 1기 건설에 최소 7조원이 소요되고 건설 후 상업운전부터 운영, 유지 및 폐기까지 60∼80년간에 걸쳐 50조~100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고 부가가치산업이다.여기에 더해 그린 택소노미 분류로 성장성도 무한하다. 그런 만큼 정부의 흔들림 없는 원전 정책과 외교적 수출지원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민간도 끊임 없는 기술개발로 기술 초격차를 이룸으로써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 당장 러시아,중국,일본 등의 경쟁국 처럼 정부와 민간,나아가 여야 정치권이 정파를 초월하는 원전수출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

원전 산업은 세계 6대 경제 대국으로서 후세를 위한 국가 먹거리 확보 측면에서 이념과 정파를 초월하는 범 국가적 미래 성장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현재의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앞으로 2~3년이 골든타임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잃어버린 5년을 일관된 정부 정책과 선진기술 개발로 글로벌 원전건설 시장에서 K-원전이 새로운 한류바람을 일으킬지 여부는 이 3년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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