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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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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값싼 에너지 시대는 끝났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05 09:25

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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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지난 설 연휴 가족이 모이는 가장 뜨거웠던 밥상머리 화제는 무엇이었을까. 검찰의 야당대표 소환이 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당초 예상과 달리 단연 ‘난방비 폭탄’이었다.

여당은 지난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요금인상을 미루어 현 정부가 뒤집어쓰게 됐다고 하고, 야당은 현 정부가 무능하여 난방비 사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여야의 주장은 자기편 지지자들의 속풀이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소비자에게는 도움 안되는 무익한 싸움이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기 마련인 정치인들은 지지율을 떨어뜨릴 것이 뻔한 공공요금 인상을 자신들의 집권 시기에는 최대한 억제한다. 그래서 공공요금 인상 시기가 지지율 부담이 적은 임기말 또는 임기초에 몰리는 것이다. 같은 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그랬다. 이른바 폭탄 돌리기 또는 먹튀다. 국민들이 이걸 모르겠나.

이번의 에너지수급 불안, 가격 급등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촉발된 것은 맞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잠그자 유럽의 가스요금이 급등했고, 단기간에 가스 가격은 11배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번 겨울 유럽이 춥지 않아 가스가격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가스가격이 이대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은 나오지 않는다. 재생에너지와 가스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고, 재생에너지는 향후 더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풍력 및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바람이 약해지고 해가 뜨지 않을 때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 잘 알려진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이다. 재생에너지 선진국에서 종종수급 불안이나 심지어 정전이 발생하는 이유다.

재생에너지는 날씨가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해서 대기하는 예비설비가 필요하다. 이 설비는 즉각적으로, 큰 폭의 전력생산을 증가 또는감소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기술적 특성을 가지는 전원이 바로 가스발전이다. 가스발전은 탄소배출량도 적어 환경친화적이기도 하다.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 위주의 에너지믹스는 환경성을 충족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안보(수급의 안정성과 경제성)은 취약해 질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은 에너지전환 정책 이후 지난 20년 동안 에너지소비가 2.5% 감소했는데 석탄 등 다른 에너지소비는 감소했지만 재생에너지와 가스수요는 오히려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에너지소비가 57%가 증가했는데 모든 에너지원의 소비가 증가했지만 재생에너지와 가스소비 증가가 두드러졌다. EU와 한국의 실적으로 보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은 동시에 가스소비를 증가시킨다.

에너지 대기업인 미국의 GE는 지난해 2월 발간된 ‘에너지의 미래’ 백서에서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은 보완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조합이다. 가스발전은 재생에너지의 가장 이상적인 친구"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세계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가져갈 것이라는 것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이다. 전 세계가 태양광, 풍력으로 달려가는 것은 앞으로 가스가 더욱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말과 같다. 주요 에너지기업들이 속을 보여가며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ESS(전력저장시스템)와 수소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있으나 단기간에 상용화되기 어렵고 비용문제는 더 심각하다. 재생에너지 보다 비싼 추가 비용을 부담할 소비자가 몇이나 될까.

일반상품과 마찬가지로 에너지가격의 급등은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지만 없는 사람들에게는 소비를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난방비 급증에 대처하는 묘수는 별로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전국민재난지원금을 나누어주고 총선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경험이 있는 야당은 횡재세를 부과해서라도 난방지 지원 계층을 확대하자는 주장(보편적 복지)이다.

반면 여당은 적은 예산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선택적 복지)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누가 옳은가.

사실 횡재세는 명분도 없고, 돈을 아낀다고 누구 말대로 곳간의 곡식처럼 썩지도 않는다.

에너지전환이 가져올 가스가격의 강세는 값 싼 에너지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동절기 실내에서 반바지와 반팔 차림으로 지내는 모습은 미래 사람들에게 전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인기는 떨어지고 국민들은 고통 받겠지만 적기에 요금을 조정하고(원가주의 원칙) 설명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정부로서는 태양광은 찬성하지만 가스비 인상은 반대하는 국민들이 야속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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