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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1일 실적발표회를 열고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6986억원,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계 전반에 몰아치는 한파 탓에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봤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시장 환경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며 고용량·고성능을 갖춘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1일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6986억원,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3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SK하이닉스가 분기 실적에서 적자를 기록한 건 2012년 3분기 이후 10년만에 처음이다. 연간 기준으로 매출은 44조6481억원, 영업이익은 7조66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 성장세는 이어졌으나 하반기부터 반도체 다운턴(업황 둔화)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회사는 투자와 비용을 줄이고 성장성 높은 시장에 집중해 업황 악화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투자규모를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장에 반도체 재고가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 수급 균형을 앞당기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지난 금융위기 상황인 2008년과 2009년 업계 시설투자 축소에 버금가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도 투자 축소 기조에는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부사장은 "당사는 올해 투자를 작년 19조원 대비 50% 이상 축소할 계획"이라며 "현재 추가적인 투자 감축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시장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사장은 "업계 감산 영향이 올해 1분기 가시화되고 투자 축소로 향후 공급 여력이 줄면 올해 중 재고 정상화가 이뤄지고 내년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업턴(업황 촉진)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대비해 수요 성장을 이끌 DDR5와 LPDDR5, 고대역폭메모리(HBM)3 등 신제품 양산을 위한 필수 투자와 미래 성장 기본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특히 최근 인텔이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DDR5를 중심으로 수요가 발생하는 추세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 재고가 많은 DDR4 대신 DDR5를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전략을 통해 재고 건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당사가 데이터센터용 DDR5와 176단 낸드플래시 기반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시장 반등 시 빠르게 턴어라운드를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