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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
너무 많은 정보, 즉, ‘TMI (Too Much Information)’가 너무 과도한 개입의 또 다른 ‘TMI (Too Much Intervention)’를 초래하는 세상인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단위, 기업단위, 지역 및 공공영역 단위, 그리고 가정과 개인단위에게까지 전 방위적으로 관찰된다. 요즘 미국에서는 가정집의 가스레인지 이용 제한여부를 놓고 한창 논쟁 중이다.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가스레인지로 인해 실내 공기가 오염되고 건강에 위해를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어느 학술연구 발표가 촉발이 되었는데, 미국 아동 천식의 약 13%가 가스레인지에 의해 발생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가스레인지를 퇴출시키고 전기 인덕션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또 다른 연구결과도 오래 전부터 있었다. 과도하게 청결한 가정에서는 면역력 감소로 천식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이른 바 ‘위생가설’이다. 그럼 가스레인지 퇴출만큼이나 집안도 덜 청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묘한 논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뉴질랜드는 2009년부터 태어난 이들에게 담배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지난해 12월 통과시킴으로써 이들은 성인이 되어도 담배소비는 원천적으로 불법행위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 뉴질랜드 마약당국은 펜타닐과 같은 심각한 마약 위협에 뉴질랜드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는데, 담배소비 금지가 어디로 튈지는 두고 볼 일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존의 영역을 넘어서 기업의 다양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게 당연시되는 시대가 되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친환경 요구를 넘어서서 고용, 노사분규, 사이버 안보와 데이터 보호 등의 영역까지도 확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법적 분쟁과 소송이 넘치는 상황을 최근 블룸버그 기사에서는 쓰나미로 묘사할 정도다. 그린와싱, 횡재이윤 등이 화두에 오르면서 법적으로 최종적으로 허용될지 여부와 상관없이 앞으로는 총괄원가 등 기업의 세부 데이터 공개까지 요구하는 세상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국가 단위에서는 더 치열한 견제와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는 유럽연합(EU)국가에 수출하는 철강 등 주요 품목의 탄소배출량에 탄소관세를 부과하는 개념으로 EU 수준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배출권 가격에 맞추지 못할 경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수출기업은 이 과정에서 EU 당국에 세부적인 경제활동 데이터 제출을 요구받을 수 있는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논쟁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의 대응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의해 자국에서 조립된 배터리 이용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며, EU의 탄소국경조정제와 유사한 탄소국경세의 도입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 뿐만 아니라 국방과 팬데믹 대응, 그리고 중국 견제 차원에서 프렌드쇼어링이 강화 추세다.
오늘날에는 이처럼 국가나 기업과 개인을 향해 생산과 소비방식을 바꾸라는 주문이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인플레이션과 유동성 완화와 축소, 금리 인상, 글로벌 물류경쟁 등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상당히 어수선하다. 과거 1970년대에는 인구문제가 오늘날 기후변화나 ESG 만큼이나 뜨거운 주제였다. 선진국은 개도국의 인구증가를 우려하면서 과도하게 개입하였다. 불임 위험이 있는 피임장치를 빈곤국에 공급하기도 하였고, 당시 세계은행 총재였던 로버트 맥나마라가 빈곤국의 의료시스템에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꺼렸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런 정책에 대해 맥나마라 총재는 "대개 의료시설은 사망률 감소, 따라서 인구증가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때 인구폭발 문제는 이제 인구감소 문제로 둔갑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어느 여정에 있을까. 글로벌 패권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다양한 단위의 경제주체에게 상당한 수준의 개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일류 국가에서 하류 국가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