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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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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해외시장서 존재감 커진 K-재생에너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01 10:05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박성우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중국은 막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전 세계 태양광 모듈 시장의 약 70%, 풍력 터빈 시장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유럽이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유럽 수출 규모가 42.4 GW로 2021년의 40.9 GW를 넘어섰다. 유럽의 ‘리파워 플랜(REPowerEU Plan)’, 독일의 ‘신재생에너지법(Renewable Energy Act)’ 등의 태양광 확대 정책으로 인해 중국산 모듈의 유럽 수출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풍력 터빈도 중국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였는데, 중국의 육상풍력 터빈 가격은 타국의 1/2 수준에 불과하며, 해상풍력 터빈 가격이 유럽과 미국의 육상풍력 터빈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에 최초로 1 GW 이상의 풍력 터빈을 수출하였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어떨까. 태양광 산업에서 한화솔루션은 중국 기업들 틈바구니 속에서도 작년 3분기까지 미국 주택용과 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1월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제조공장을 신·증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약 3.2조원을 투자하여 잉곳, 웨이퍼, 셀, 모듈을 각각 연간 3.3 GW 생산하는 공장을 신설하고, 현재 연 1.7 GW인 모듈 생산능력을 증설을 통해 2024년까지 8.4 GW로 약 5배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8.4 GW 규모의 생산능력은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 생산 기업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이다.

미국 백악관에서는 곧바로 이를 환영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태양광 투자를 발표한 것은 조지아주의 근로자 가정과 미국 경제에 큰 의미가 있다며, 조지아주에서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며, 공급망을 되찾아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청정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미국 IRA 예산안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관련 세액 공제 및 투자 금액이 1165억 달러(약 152조원) 이상이다. 한화솔루션은 기존 공장과 신규 투자로 인해 10년간 약 8조원의 세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풍력 기업들도 하부구조물, 타워, 해저케이블과 같은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삼강엠앤티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작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최초로 2020년 5월에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을 수출하였다. 대만 창화해상풍력단지 1단계 공사에 자켓 21세트를 수출한 것이다. 대만은 해상풍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5.6 GW를 설치하고,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15 GW를 설치할 계획이다. 대만의 해상풍력 발주가 본격화됨에 따라 삼강엠앤티의 수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덴마크 오스테드와 블라트, 싱가폴 케펠, 대만 CDWE 등과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2021년 1766억원이었던 수주액이 지난해 7812억원으로 4배 넘게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약 5000억원을 투자하여 경남 고성에 160만 ㎡ 규모의 세계 최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풍력타워 제작 분야는 우리나라에 본사가 있는 씨에스윈드가 세계 1위 기업이다.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 세계시장 점유율이 약 16%에 달한다. 베스타스, 지멘스가메사 등 주요 풍력터빈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미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대만, 터키, 포르투갈 등 주요 풍력발전 시장에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씨에스윈드는 지멘스가메사와 내년 5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해상풍력 타워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로 인한 예상 매출액은 약 3.8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과 특수 설비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아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의 넥상스, 이탈리아의 프리즈미안, 일본의 스미토모 등 소수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해상풍력 해저케이블 분야에도 우리나라의 LS전선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하이롱 해상풍력단지 등 대만으로부터의 수주액이 약 8000억원에 달한다. 영국은 현재 13 GW 규모인 해상풍력을 2030년까지 4배 가까이 늘려 50 GW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LS전선은 영국에서도 2022년 10월 보레아스 프로젝트 약 2400억원, 12월 뱅가드 풍력발전단지 약 4000억원 규모의 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LS전선이 2022년 아시아, 유럽 등 해외에서 수주한 규모가 약 1.2조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풍력과 태양광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들을 살펴보았다. 제조업 강국으로서 재생에너지 산업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쉬운 점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 공장을 두고 있거나 신규 공장도 해외 설치를 늘려 간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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