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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려스러운 부동산 경매 열풍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30 13:35

김기령 건설부동산부 기자

증명사진_김기령
"앞으로 경매 물건이 쏟아질 거라고 하던데, 경매 공부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부동산 경매 시장이 때아닌 관심을 받고 있다. 경매는 대표적인 재산 증식의 수단이지만 위험부담도 커서 일명 ‘경매박사’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투자 분야다. 하지만 지난 2~3년간 집값 폭등기를 겪으면서 전 국민이 ‘부동산박사’가 된 탓에 경매 투자에 대한 벽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는 경매 투자 기술을 알려주는 온·오프라인 경매 강의, 경매 스터디가 성행하고 있고 주식 투자 서적이 일색이던 대형서점 매대에서도 부동산 경매 서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21년만 해도 경매법원은 텅텅 빈 경우가 다반사였으나 지난해와 올해 경매법원 풍경은 사뭇 다르다. 지난해 12월 찾은 경매법원은 발 디딜 틈 없이 수요자들로 가득 찼을 뿐 아니라 여러 경매학원에서 수강생들을 데리고 단체로 경매 현장을 찾아 입찰서류를 써보는 등 실습을 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경매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장 불황 속에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늘어나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부동산 강제경매개시결정’ 건수는 6200건으로 지난해 월별 기준 최초로 6000건을 넘어섰다. 금리 인상 여파로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집값이 보증금보다 저렴해지거나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강제로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경매 시장은 보통 부동산 시장보다 6개월 정도 후행하기 때문에 올해 본격적으로 경매 물건이 쏟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미치기 시작한 게 빅스텝을 단행한 지난해 7월부터였던 점을 감안했을 때 지난해보다는 올해 초 경매 물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금리가 3%를 넘어선 지난해 10월 이후 부동산 시장 혼란이 심화됐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부동산 경매가 효율적인 투자 수단임은 분명하다. 다만 자칫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투자에 뛰어드는 수요자들이 늘어날까 우려스럽다. 집값 하락이 영끌족, 빌라왕 등의 사태를 낳은 상황에서 경매 시장에서도 피해자를 양산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예방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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