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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사진=에너지경제신문)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윤석열 정부 이후 금융지주 CEO(최고경영자)들이 줄줄이 교체되면서 향후 금융사 CEO들의 연임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이 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어 금융사 CEO들의 연임 사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다.
정치적 외압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차기 금융사 CEO의 롱리스트(1차 후보군)가 공개되지 않아 유력 외부 인사가 포함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단 금융사들은 이전부터 롱리스트는 공개하지 않는 데다 이사회 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숏리스트를 구성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도 금융지주사에서 내부 인물들이 새로운 CEO로 발탁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며 우리금융 차기 회장도 교체 수순을 밟게 됐다. 손 회장까지 연임을 포기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임기 종료가 예정돼 있던 금융지주 수장들은 모두 교체된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사 중에서는 신한·농협·우리금융 등 3대 금융지주사들이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다. 그동안 CEO들이 연임을 하며 경영연속성을 이어가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특히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그동안 좋은 성과를 거둬왔던 만큼 3연임이 유력하다고 봤으나 용퇴를 결정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자진 사퇴의 모습을 띠고 있으나 금융당국이 금융사 수장들 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만큼 부담감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CEO 선임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말부터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연임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경영진을 선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손태승 회장의 연임에 대해 금융당국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이 원장이 조용병 회장의 용퇴를 두고 "존경스럽다"고 표현한 것도 금융권에 신호를 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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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
금융당국의 입장이 명확한 만큼 향후 금융권 CEO 인사에서도 연임보다는 교체 가능성이 클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18일 이 원장은 금융사 CEO의 셀프연임과 관련한 제도 개선 추진을 예고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이전 정부 때 선임됐던 금융사 CEO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연임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금융권의 인사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금융지주사들이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한 롱리스트를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어 깜깜이 인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앞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사퇴한 후 BNK금융은 비공개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진행했는데, 이에 대해 노동조합 측은 후보 선출과 검증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친정부 외부 인사가 회장직에 선출되는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롱리스트는 비공개로 진행한다.
단 금융사들은 예전부터 롱리스트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롱리스트는 그동안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며 "헤드헌팅사 등 추천을 받은 인사를 포함해 후보군이 10여명이 되는 경우도 있어 내외부 압력을 받지 않고 공정하게 선임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결과적으로 차기 금융사 CEO에 내부 인물들이 발탁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신한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이 발탁됐고, 19일 발표된 차기 BNK금융 회장 후보에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이 내정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연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나 관치 논란이 커진 만큼 외부 인물이 선임되는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