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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클린룸에서 직원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반도체가 경제를 넘어 안보까지 좌우하는 핵심 전략산업으로 발돋움하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을 지키고 있지만 미국·유럽연합(EU)·대만 등이 막대한 지원금과 세제 혜택으로 지원 사격에 나서며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증폭되고 있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우리 산업이 도태하지 않도록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일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어 산업 육성을 위한 시설투자 세액공제 등 경쟁국 수준에 준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시가총액 기준 100대 반도체 기업 재무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5개년도 효율성을 분석했다. 총자산과 매출원가, 판매·관리비(판관비)를 투입 항목에 놓고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산출 지표로 삼아 효율성을 측정했다. 0과 1 사이에서 값이 클수록 효율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기업 평균 효율성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70%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67%로 떨어졌다. 지난해 효율성을 국가별로 보면 △ 대만 0.75 △ 일본 0.75 △ 미국 0.73 △ 한국 0.65 △ 중국 0.59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반도체 기업 효율성은 2018년 0.87로 1위였으나 2022년 0.65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졌다. 세계 반도체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드는 가운데 경기에 민감한 메모리 반도체에 타격이 집중된 탓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 실적이 악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 반도체 전쟁 이기려면 파격적인 지원책 필요
한경연은 반도체산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집중도, 자기자본이익률 등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세계 각국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파격적인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 시설투자에 25% 세액공제 혜택을 국내외 기업 가리지 않고 제공한다. 일본은 대만 TSMC가 자국에 공장을 지을 때 4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미 중국은 2025년 반도체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1조 위안을 정부 주도로 쏟아내고 있다. 대만은 TSMC를 위한 맞춤형 지원책으로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최대 25% 세액공제율을 적용한 법안을 지난 9일 통과시켰다.
우리 정부도 반도체 대기업 투자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이 반대하며 국회 통과가 요원한 상황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 숙원이었던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도 무산됐다. 한경연은 최근 국내에서 법인세를 기존 25%에서 24%로 낮추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6%에서 8% 인상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경쟁국에 비해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법인세 인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인상 등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을 통해 한국 반도체 기업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방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로 국가전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