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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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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대혼란 겪은 세계 가스시장 새해 나아질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15 09:00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주헌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대혼란이다. 재작년 말 유럽의 예상 밖 풍력발전 하락으로 시작된 작은 혼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수출 중단에 의해 증폭되어 1970년대 석유 위기를 뛰어넘는 수준의 대혼란으로 이어진 한 해라고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유럽의 LNG 현물 가격은 MMBtu 당 55달러를 웃돌며 과거 5년간 평균 대비 8배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아시아지역과 미국시장 가격도 각국의 묻지마식 LNG 확보 경쟁으로 말미암아 각각 45달러, 8달러 수준으로 분기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였다. 여기에 더해 가스 대체 수요의 급증으로 석탄 가격도 덩달아 급등하여 톤당 400달러를 훌쩍 넘는 등 믿기지 않은 대혼란이 타 에너지 시장으로도 빠르게 전이되었다.

하지만 10월로 접어들면서 혼란의 양상이 갑자기 뒤바뀌기 시작했다. 가격이 급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유럽 LNG 현물 가격이 10월 한 달 사이에 79% 가량 폭락하며 2021년 6월 이후 최저 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무리 단기적 가격변동이었지만 연일 최고 가격을 갱신하며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장에서 발생했다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가격 폭락이었다.

이와 같은 가격 급등락 현상은 샤워 꼭지를 좌우로 틀어대며 찬물과 뜨거운 물을 번갈아 맞는 ‘샤워실의 바보’ 가설의 전형이다. 그동안 에너지 안보를 등한시하며 마땅한 에너지위기 대책을 마련해놓지 못했던 유럽 국가들은 천연가스 소비의 40% 이상을 의지하던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자, 동절기 대비 가스 비축을 위해 앞 다투어 LNG 탱크 꼭지를 끝까지 틀며 묻지마식 LNG 확보 경쟁에 나섰다. 결과는 목표 재고량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었지만, 미증유의 가격 폭등을 초래했다. 이번에는 LNG 목표 재고량의 90%를 확보하게 되자, LNG 탱크 꼭지를 반대로 틀어 거의 잠가버렸다. 이어지는 결과는 당연히 가스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는 대혼란이었다.

올해도 대혼란이 이어질지 걱정스럽다. 대혼란의 출발점인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공급이 핵심이다. 전문기관들은 대체로 종전의 불확실성, 유럽 국가들의 탈러시아 추세 등을 이유로 올해 러시아산 가스 공급량은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맞서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가스를 LNG로 대체하기 위한 LNG 확보 각축전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올 겨울 유럽의 예상 밖 따뜻한 날씨로 가스소비가 줄어들어 다음 겨울 준비를 위한 재고 확보 수요는 최초 예상보다 다소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올해는, 갑작스러운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에 당황했던 작년과 달리, 다양한 예측에 기반하여 수급조절에 나서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샤워실의 바보 현상은 상당히 완화되어 가격 변동폭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 세계 LNG 공급은 크게 증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왜냐하면 신규 LNG 시설 확충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가스 가격 약세가 이어졌던 과거 수년 동안 천연가스 개발과 LNG 시설 투자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에너지기구는 올해 전 세계 천연가스 공급량 증가는 1%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LNG 시장의 또 하나의 변수는 중국의 경제 전망이다. 천연가스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코로나19 관련 봉쇄조치, 경기 침체와 높은 가스 가격으로 말미암아, 작년에 LNG 수입물량을 20% 이상 감소시켰다. 중국의 LNG 수입 감소량은 곧 바로 유럽행 LNG 공급 증가로 이어져 유럽의 가스 부족의 일부를 흡수하는 완충 효과를 만들어 냈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 작년의 완충효과가 올해에는 증폭효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요약하면, 올해 세계 LNG 시장은 작년에 이어서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은 작년보다는 낮지만 예년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고, 샤워실 바보의 학습효과로 말미암아 가격변동성은 작년보다는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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