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차세대 반도체 공정을 통한 3나노미터(㎚)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보다 약 한 반기 늦은 시점이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이른 양산 시기에 더해 초기 수율을 빠르게 확보해 TSMC를 추격한다는 방침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달 말 대만 현지에서 3나노 공정 양산을 발표하고 기념식을 열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올해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6.1% 확보한 선두 업체다. 삼성전자는 15.5%로 추격하고 있다.
TSMC 3나노 공정은 지난해 7월 3나노 공정을 통해 고성능 컴퓨팅(HPC)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보다 약 6개월가량 뒤처진 시점에 이뤄졌다. 양산 첫 고객사는 애플로 노트북과 개인용 컴퓨터(PC)에 탑재할 첨단 칩을 수주했다.
TSMC는 3나노 공정에 반도체 소자인 트랜지스터 구조를 현재 주류인 ‘핀펫’ 기술을 적용했다. 안정적인 양산을 위해 공정 노하우를 쌓아온 기존 기술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TSMC 3나노 공정은 기존 5나노와 견줘 성능과 전력이 각각 15%, 30%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더욱 앞선 기술로 평가받는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했다. 트랜지스터 구조 혁신을 통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 차세대 기술로 핀펫 구조보다 전류 흐름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GAA 1세대 공정은 기존 5나노미터(㎚) 핀펫 공정과 비교하면 전력은 45% 절감되고 면적은 16% 줄지만 성능은 23% 높아진다. TSMC는 GAA 기술을 2나노에서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TSMC까지 3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면서 선두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오랫동안 TSMC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와 관계를 구축해온 만큼 삼성전자가 빠른 시간에 이들 고객사 물량을 빼앗아 오려면 기술력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첨단 칩은 매년 최고 성능을 구현해야 하므로 첨단 미세공정을 가진 파운드리에 물량을 몰아줄 수밖에 없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3나노 파운드리 공정 매출은 내년 기존 5나노 공정 매출을 넘어서고 2025년까지 연평균 8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삼성 파운드리 발목을 잡았던 수율이 조기에 안정화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고객사 수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생산과 조달에 이르는 과정에서 신뢰도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기술은 반도체 미세화가 고도화될수록 공정 난도가 크게 높아진다. TSMC도 양산에 성공하기 이전까지 3나노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4나노 공정을 통해 AP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저조한 수율로 생산 물량 수급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8 1세대’를 삼성전자에 맡겼지만 차기 제품인 ‘스냅드래곤 8 2세대’부터는 TSMC에서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 수율로 대형 고객사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업계 처음으로 GAA를 도입한 만큼 기술력 면에서는 앞서있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