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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 |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KT 이사회가 구현모 현 KT 대표를 차기 대표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으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또다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앞서 소유분산기업이 대표 선임 과정에서 현직자를 우선 심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해 KT는 국민연금의 뜻에 따라 경선을 치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선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예고한 것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가 전날 구현모 현 KT 대표를 차기 CEO(최고경영자)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구 대표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신임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KT 안팎의 분위기는 그다지 순조롭지 않다. 구 대표를 단독 대표로 추대하기로 한 날,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0.35%)이 이 안에 또다시 제동을 걸고 나서서다. 국민연금은 구 대표의 선임안이 발표되고 약 3시간 만에 ‘KT CEO 최종후보 결정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면서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실 KT가 차기 대표 선임을 위해 치른 경선은 지배구조위원회 기존 규정을 넘어선 조치였다. KT의 지배구조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현직 CEO부터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하도록 되어있다. 구 대표는 지난 13일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정을 받으며 단독 대표 후보 지위를 획득했다. 그러나 구 대표가 국민연금 등 최대주주들이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을 감안해 다수의 후보와 경쟁하는 경선 절차를 추가로 요청했다. KT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여 그동안 14명의 사외이사와 내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된 13명의 사내 후보자를 심사했고, 구 대표를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민연금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경선 절차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KT 내 소수 노조인 KT새노조도 구 대표를 흔들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이날 발표한 ‘2022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및 품질평가’의 일부 지표 등을 문제 삼으며 "경영진과 이사회가 구 대표 연임을 위한 재무 실적에만 신경 쓸 뿐 본업인 통신은 기본에서부터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에 대해 KT는 "대규모 5G 투자로 실제 소비자가 가장 크게 품질을 체감하는 5G 다중이용시설에서 지속 1위를 차지했고, 기가인터넷 서비스와 와이파이도 꾸준히 1위를 하고 있다"며 "전국 85개시 모든 행정동과 주요 읍면 지역에 100% 망구축을 완료했고, 2021년 5G 속도 및 상승률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서 차기 대표 선임을 위한 주총 표대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KT의 주주는 현재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10.35%)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7.79%), 신한은행(5.58%)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는 국내 기관과 개인, 외국인 등으로 분산돼 있다. KT의 주총은 내년 3월 마지막주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구 대표는 이날 과기정통부 주최로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양자기술 최고위 전략대화’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연금의 지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경쟁을 하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