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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
‘산업의 쌀’이라 불리며 국가 간 패권 경쟁에 핵으로 떠오른 반도체 시장은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따라 출렁였다. 국내 기업은 북미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이 독단적으로 중국을 대상으로 한 첨단 반도체 생산장비 수출을 막으면서 생산 차질 우려를 겪기도 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시장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 둔화와 수요 위축으로 시장 성장률이 지난해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13.9% 증가한 6330억달러(약 799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세는 유지되지만 지난해 성장률인 26.2%와 비교하면 속도는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는 올해 하반기 본격화된 ‘반도체 겨울’ 여파로 해석된다. 스마트폰과 TV 등 반도체 수요가 큰 전방 시장이 둔화하면서 반도체 수요도 덩달아 줄어든 탓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력으로 내세우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크게 하락한 탓에 실적이 악화했다. 양사 모두 메모리 반도체 평균판매단가(ASP)가 3분기를 시작으로 전 분기 대비 20% 하락하는 사태가 연말까지 이어졌다.
올해 반도체 시장은 어느 때보다 대외 변수가 기승을 부렸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막기 위해 전방위적 공세를 펼쳤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투자를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우리나라 업체는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인 ‘칩4’에 동참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지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조달하지 못하게 제한하기도 했다. 업계는 일단 유예 조치를 얻어냈지만, 미국이 향후 수출 제한 조치를 꺼내 들 가능성은 남아있다.
반도체 한파가 걷히기 위해서는 스마트폰과 개인용컴퓨터(PC) 등 전방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야 하지만 완제품 업계도 반등을 기대하긴 이르다는 반응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세계 PC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9.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 시장도 1년 전보다 5.8% 꺾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접이식) 스마트폰인 ‘갤럭시 Z’ 시리즈를 출시해 본격적인 대중화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를 따라 중국 샤오미와 오포 등도 성능이 개선된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가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스마트싱스’와 ‘LG 씽큐’를 앞세워 기기 간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갤럭시’ 제품을 활용한 기기 제어와 맞춤형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LG전자는 LG 씽큐 앱을 통한 가전제품 업그레이드인 ‘업(UP)가전’으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창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로 예정된 국내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철수를 이후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경쟁력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공세로 판가가 크게 악화한 LCD 부담을 덜어내고 중소형 OLED 시장과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차량용 OLED 부문으로 경쟁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 국내 부품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가 둔화한 상황에서 어려운 업황을 이겨낼 능력을 갖춘 기업이 생존하는 환경이 됐다"며 "내년에도 경영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사업 포트폴리오를 건강하게 바꾸는 기회로 삼고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