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새 먹거리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관련 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KT, SKT 등 통신사를 비롯해 네이버 등 ICT 기업들이 AI 반도체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AI 반도체는 대규모 데이터를 저전력으로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말한다.
특히 KT는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과 손잡고 ‘한국형 AI 풀스택’을 구현을 목표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AI 풀스택은 AI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AI 반도체 등 인프라부터 고객에게 제공되는 AI응용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제품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AI 풀스택 환경을 가진 기업은 국내에선 사실상 전무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이를 위해 KT는 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에 300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단행해 AI 반도체 하드웨어 설계 영역을 강화하고, AI 인프라 솔루션 전문기업인 모레에 지분 투자해 KT AI 인프라 성능 고도화를 추진했다. 리벨리온은 내년 3월에 언어 모델을 지원하는 국내 유일의 서버용 AI 반도체를 선보일 예정이다.
SKT는 그룹 차원에서 AI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2020년 초 SKT 사내 AI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독립해 나온 AI반도체 전문기업 사피온이 주력 업체로, SK스퀘어, SK하이닉스가 함께 지원하고 있다. 2020년 AI 반도체 X220을 출시한 사피온은 내년 상반기 차세대 제품인 ‘X330’ 칩을 선보일 계획이다.
네이버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을 위해 업무제휴를 맺고 실무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자사 스타트업 양성 조직인 D2SF를 통해 퓨리오사AI에 지난 2019년 80억원을 투자했다. 퓨리오사AI는 올해 AI 반도체 ‘워보이’를 개발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칩 양산에 들어간 상태로,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정부도 이 같은 국산 AI반도체 개발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주재로 ‘AI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국산 AI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총 8262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산 AI 반도체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SW) 예비타당성 조사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의 국산 AI 반도체 점유율을 8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AI시대 핵심 기반 기술이자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AI반도체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할 수 있다"며 "국내 AI반도체 및 클라우드 경쟁력을 높여 국민들이 보다 좋은 AI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산·학·연이 힘을 모으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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