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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 주거 단지 일대.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김다니엘 기자] 지난해 국내 부동산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금리 인상’이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25%까지 상향하면서 국내 기준금리는 1년 새 2%포인트(p) 넘게 치솟았다.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상단은 8%를 육박하면서 서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은 급속도로 커졌다.
금리 인상 여파로 아파트 거래량 역시 매월 최저치를 갈아치웠고 아파트값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전국 아파트값은 4.79% 하락했다. 부동산원이 시세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3년 12월 이후 연간 기준 최대 하락 폭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2.5%, 수도권은 2.0%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주택산업연구원도 내년 전국 아파트값은 5.0%, 서울은 4.0%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미분양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까지 나오면서 올해 부동산 시장은 더욱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1일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이름 가나다 순) 등 총 5명의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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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리 인상 여파로 집값 하락, 거래절벽이 심화됐는데 올해 시장 전망은?
▲김인만 소장(이하 김1): 투자 심리가 위축됐고 금리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올 상반기까지는 집값 하락 및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예상된다. 다만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오면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는 있다고 본다. 고점 대비 30% 정도 조정된 급매물 위주로 대기 수요가 유입되면서 소폭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김효선 위원(이하 김2): 금리인상이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 확정시 되고 있고 하반기에도 고금리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판단되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택 시장의 침체는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미 큰 폭의 하락 매물이 시중에 출하돼 있고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전면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 제시되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보다 거래는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진형 교수(이하 서): 올 상반기까지는 지난해와 동일한 시장 상황이 이어질 것이고 올 하반기까지도 영향이 쭉 이어지면서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금리 인상이 고점을 찍고 낮아지더라도 2024년 시장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올해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이하 윤): 그동안 시장이 저금리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 인상이 대출 이자 부담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예금과 저축 이자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올해부터 저축 금리가 오르면 시드머니를 확보하기 위한 저축 예금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단행되는 과정에서 시장이 적응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함영진 랩장(이하 함): 쉽게 예단할 수 없으나 올해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경기 위축 우려가 겹치면서 주택 가격 하락이 지속될 전망이다. 급매물 위주의 간헐적 거래만 이뤄지며 평년보다 저조한 주택 거래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분양 물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내년 전망도 암울하다. 미분양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나.
▲김1: 미분양이 늘어나는 것은 결국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분양을 줄이려면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하며 중도금 대출, 전매제한 등 청약 규제가 대폭 완화돼야 한다.
▲김2: 청약 제도를 무주택자뿐만 아니라 다주택자도 가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세제에 있어 주택수에 포함시켰던 분양권을 일시적으로 제외하는 등의 미분양 방지만을 위한 대책을 도입한다면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 결국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궁극적인 목표다. 연착륙 방안은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안정화, 국내 경기 활성화가 이뤄져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정책적인 부분의 규제 완화 가속화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방안이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조세 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이라고 생각한다.
▲윤: 통계청의 최근 통계 지표들을 보면 무주택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안정적인 제도 지원이 있어야 미분양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특례 보금자리론 같은 저리 대출을 늘리거나 일부 서민들에 한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완화해 적용하는 방안 등이 수요 증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함: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는 단기자금 조달을 통한 시장 안정, 부동산 가격 하락과 연관된 부동산PF 문제에 대한 사전 관리 및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 등도 중요하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미분양 주택이 5만가구를 넘어서면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조세특례제한법 시행이나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나 전매 제한 등의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시장 정상화를 위해 현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부동산 정책을 하나 꼽자면.
▲김1: 금리 인상을 멈추고 금리를 낮추겠다는 시그널이 나와야 한다. 또한 서울 내 규제지역 해제, 취득세 중과 폐지 등이 필요하며 임대사업자 제도 부활을 통해 시장 정상화를 꾀해야 한다고 본다.
▲김2: 주택시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하향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거래량 증가가 필요하다. 지금은 전체 경제에 대한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래 정상화를 위해 막혀있던 부동산 관련 규제 정책을 전면적으로 풀어야 할 시점으로 생각된다.
▲서: 앞서 언급했지만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방향의 조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야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는데 지금 시장에서는 양도세 때문에 매도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조세 제도를 개편해야 부동산이 소유 중심에서 이용 중심으로 변화할 수 있다.
▲윤: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움직여야 한다고 본다. 실수요자든 다주택자든 본인의 자산과 소득에 맞춰 주택이라는 자산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함: 주택 시장의 빠른 회복이 쉽지 않다면 시대 변화에 맞는 정부의 정책 대응, 규제 완화 방침이 필요하다. 서울 일대의 폭넓은 규제지역 해제와 취득 및 양도 단계의 세금 중과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방안, 최고 높이 35층 룰 폐지 등 재건축 활성화 시그널이 나오고 있는데 시장 정상화에 미치는 영향은.
▲김1: 재건축 추진 개별 단지들에는 호재로 작용하지만 침체된 분위기에서 전체 부동산 시장 견인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서울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재건축·재개발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는 있다.
▲김2: 재건축 관련 정책이 분양가상한제, 재건축부담금 완화, 안전진단 개선 등 전면적으로 완화돼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에 좋은 상황이 됐지만 단기적인 시장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비용이나 금융비용 등으로 사업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시기여서 속도가 빠른 단지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서: 현재 재건축 규제 완화로는 한계가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재건축 활성화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전까지는 재초환이나 분상제가 야당 협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통과되기 어려웠지만 부동산 경착륙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협조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고층 개발을 적극 추진한다는 점은 자산 상승 관점에서 기대감이 유효하기 때문에 매수자 입장에서는 고층 개발을 포함한 재건축 이슈가 활성화되면 거래 유인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이에 거래절벽 현상을 일부 완화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
▲함: 서울 등 노후 도심의 장기적 주택 공급 확대 등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 가격 안정 효과와 거래 정상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
giryeong@ekn.kr·daniel111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