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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호 리코 대표. 사진=김하영 기자 |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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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하영 기자] 음식물쓰레기는 우리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폐기물로, 생존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물질문명 발달에 따른 현대인의 ‘과잉 소비’ 후유증으로 버려지는 음식물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음식물쓰레기 처리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음식물 폐기량은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약 520만톤에 이른다. 버려지는 음식물을 처리하는 방법으로는 태워버리는 소각처리를 비롯해 매립·하수종말처리장·재활용 등이 있다. 그나마 다른 산업쓰레기와 비교해 음식물쓰레기의 재활용률이 높은 편이지만, 재활용되지 못하는 나머지 음식물쓰레기 또한 지구환경 오염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리코(reco)는 이같은 음식물 폐기물 문제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관리의 새 기준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폐기물 통합관리 스타트업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산업공학ㆍ경제학을 전공한 김근호 리코 대표는 주식 옵션 트레이더로 시작했다. 큰 돈을 벌어보기도 했지만, 지난 2007~2009년 미국발(發)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리먼 사태 등 금융위기를 현지에서 겪으면서 새로운 도전을 생각하게 됐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지내면서 길거리에서 폐기물 처리 브랜드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한국에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폐기물 처리도 물류와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로 리코를 설립하게 됐다"며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리코에 따르면, 국내 폐기물 처리시장은 25조원 규모에 이를 정도로 큰 시장이지만, 대부분 소규모업체들이라 디지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폐기물 불법방치 문제가 지적돼 왔다.
리코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폐기물 처리 서비스와 구분되는 ‘투명성’에 역점을 두고, 정확한 폐기물 측정을 위한 통합관리 솔루션 ‘업박스(UpBox)’을 개발·도입했다.
업박스는 폐기물 수집·운반 토털 솔루션으로, 수집·운반 전 과정을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폐기물 양을 눈금이 있는 전용용기로 정확히 측정한 뒤 ‘업박스 클라우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배출량은 물론 환경영향성·비용 모니터링 등 관련 데이터들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업박스 클라우드는 폐기물 관리 자동화를 돕는 전용 소프트웨어로, 웹과 앱 모두 사용 가능해 편리하다.
고객 입장에서 업박스를 이용하면 기존보다 저렴하게 폐기물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종전까지 눈대중으로 측정하던 폐기물의 양이 정확하게 데이터로 측정, 비용으로 산정돼 소비자에게 청구되기 때문이다.
김근호 대표는 "업박스는 국내 폐기물 시장이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폐쇄적이고 비용이 높은 폐기물 처리 업무를 직접 디지털화하면서 폐기물 처리 과정이 마치 택배 배송 과정처럼 투명해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업박스를 이용한 월 평균 수집 운반량은 370만리터(ℓ)이다. 지난 202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누적 수집 운반량이 약 3만3582톤에 이르며, 이 과정에서 리코는 온실가스 1만3625MTCO2E(이산화탄소 환산 톤)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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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을 수거하는 업박스맨. 사진=리코 |
리코는 사업 초기에 약 8000억원 규모의 국내 음식물 폐기물 시장에 주력했다. 음식물 폐기물에 업박스의 접근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폐기물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고객사를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어떤 사업장에서는 음식물 폐기물을 배출하면서 악취 때문에 고민이고, 어떤 사업장은 폐기물 종류가 많아 처리비가 높게 나왔던 게 고민이라고 했다"면서 "각 사업장에 적합한 폐기물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고객 만족도를 이끌어 내려 노력했고, 그 과정들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리코는 지난해 9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업박스 서비스를 제공했다. 호텔을 포함해 기업형 급식시설·식품 공장·프랜차이즈 매장·물류센터까지 누적 고객 수 2500개를 돌파하는 성과에 힘입어 올해 11월 기준 지난해와 비교해 약 28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리코의 서비스 영역은 올해 초부터 음식물쓰레기를 넘어 플라스틱· 종이 등 일반 폐기물 분야로 뻗어가고 있다. 현재 총 23종의 폐기물 수집·운반 허가를 보유하고 있다.
김근호 대표는 "올해 플라스틱·폐지 등 일반 폐기물로 서비스를 확장한 만큼 신규 서비스 안정화에 힘쓰는 동시에 수집·운반 폐기물의 종류도 계속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고객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 어떤 폐기물이든 문제없이 체계적으로 자원화하고, 폐기물 산업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 ‘폐기물 관리의 기준이 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리코의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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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처리를 돕는 5t 집게차. 사진=리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