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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AP/연합뉴스 |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가운데, 공화당이 예상 보다 약세를 보인 중간 선거 결과가 양측에 엇갈린 성적표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주지사 선거에서 큰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한 디샌티스 주지사에 대해 "많은 사람이 그를 차세대 후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의 행동이 오래되고 지겨워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영향력이 엄존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람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스타일과 접근방식, 정책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선거 패배를 원하지는 않는다"라며 "중간선거 이후 많은 사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친 트럼프계 인사들이 대거 공화당 후보로 나섰지만 하원에서 근소한 승리를 얻는데 그쳤다. 상원에서는 오히려 다수당 지위를 민주당에 내줬다. 이는 야당이 뚜렷한 승리를 가져갔던 통상적인 중간 선거 결과와는 차이가 있다.
반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19%p라는 보기 드문 압도적 득표율 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차기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재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공화당이 선거 승리를 원한다면 트럼프는 정답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디샌티스 주지사에 "공화당은 새로운 얼굴로 옮겨갈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반 외교·안보 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했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져 해임되다시피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 대선 재출마에 대해선 그의 재임 시기 다른 백악관 참모들도 우려의 시선을 보낸 바 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전 비서실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보는 게 흥미로울 것"이라고 했다. 새라 매슈스 전 백악관 부대변인은 "(출마 선언은) 내가 들어본 트럼프 연설 중 가장 에너지가 없고 영감을 주지 않는 것 중 하나"라고 혹평했다.
앨리사 파라 전 백악관 전략소통국장은 "연설은 일종의 대본이었지만 노골적인 거짓말이 장식됐고 중국이 중간선거와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음모론에까지 손을 댔다"며 "그는 공직에 부적합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위험"이라고 말했다.
또 공화당 밖 우군들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쏟아내는 상황이다.
중간 선거에서 대놓고 공화당을 지지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경영하는 소셜미디어 트위터에서 ‘2024년 론 디샌티스를 지지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받자 "그렇다"고 답글을 달았다.
그는 "2024년 대통령직은 좀 더 분별 있고 중도적인 성향의 인물에게 돌아갔으면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했었지만 이제까지는 실망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시 상기시켜 드리자면, 나는 오바마에서 바이든으로 이어지는 대통령직의 핵심 지지자였고, 마지못해서이긴 했지만 (2020년 선거 당시) 트럼프 대신 바이든에 투표했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지난 6월 차기 대선과 관련해 자신의 표심이 누구에게 기울고 있느냐는 네티즌의 물음에도 "디샌티스"라고 답했었다.
7월에도 "트럼프는 임기 말이면 82살이 될 텐데 너무 늙어서 미국은 고사하고 어떤 일에서도 최고 책임자가 될 수 없다"며 "디샌티스가 2024년 바이든에게 맞서 출마한다면 쉽게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글로벌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역시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 ‘절친’이었으나 최근 노골적으로 정치적 결별을 드러내고 있다.
그가 소유한 언론매체들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 디샌티스 주지사를 미는 모습이다.
미 폭스뉴스는 트럼프 재선 출마 선언 생방송을 중간에 끊어버렸다. 뉴욕포스트는 그의 선언을 전하는 기사에 ‘플로리다 맨(주민)이 성명을 발표하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그를 ‘패배자’라고 칭했다.
호주나 영국 등에도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는 머독은 각국 정상들의 정치적 입지에도 여론으로 큰 타격을 입히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