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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0시 15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비행거리는 약 1000km, 고도 약 6100km, 속도 약 마하 22(음속의 22배)로 탐지됐다.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보름 전인 지난 3일 쏜 ‘화성-17형’과 같은 기종으로 알려졌다.
이날까지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35차례 쐈고, 순항미사일을 3차례 발사한 것으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25번째 미사일 발사다.
군이 탐지한 ICBM의 최고고도, 비행거리, 비행시간, 낙하지점 등을 고려하면 사거리가 1만 5000㎞에 이르러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탄두부에 다탄두를 탑재하면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 공격할 수도 있다. 화성-17형이 2020년 10월 처음 공개된 이후 이번과 같은 성능을 보여준 것은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찾아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한미 간 합의한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적극 이행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라"며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에이드리엔 왓슨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 미사일 실험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미국은 미국 본토와 동맹국 한국과 일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았으며 미 국가안보팀이 동맹국들 및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왓슨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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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니지 호주 총리, 트뤼도 캐나다 총리, 기시다 일본 총리, 해리스 미국 부통령, 한덕수 한국 국무총리, 아던 뉴질랜드 총리 등 6개국 지도자들이 긴급 회동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 |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국제사회 전체에 대한 도발 수위를 높이는 폭거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일련의 행동은 일본,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요 외신도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일제히 긴급기사로 전했다.
AP통신은 ‘북한, 미국 타격을 위해 설계된 장거리 미사일 추정체 발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본토를 겨냥한 완벽한 무기 체계에 대한 북한의 결의를 드러내는 이달 들어 두 번째 주요 무기 테스트"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 당국의 발표를 전하면서 "미국 본토에 닿기에 충분한 사거리를 보유한 ICBM 추정체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별도로 북한의 미사일·무기 프로그램을 짚어보는 설명 기사에서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동안 이 핵무장 국가(북한)가 무기고를 급속도로 증강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영국 BBC 방송은 북한이 지난 2개월에 걸쳐 50발 이상 미사일을 쐈다면서 대부분 단거리로 이번처럼 장거리 미사일은 더 드물지만, 이 미사일들이 미 본토 어디든지 핵탄두를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된 만큼 미국에 더 직접적인 위협을 제기한다고 짚었다.
미 CNN 방송은 올해 들어서만 34일에 달할 만큼 잦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고조되고 역내에 경보가 울리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 전력 부분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리프 에릭 이즐리 이화여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CNN에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미 도시들을 핵 공격의 위험에 빠뜨릴 능력이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북한에 대응하는 국제 협력을 방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MIIS)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책임자인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최근의 단거리 시험들은 선제적인 핵 공격을 연습하는 전방 포병부대를 위한 훈련"이라며 "이런 실험들은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북한은 지금 대화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앤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 역시 이번 ICBM 추정 장거리 발사를 ‘메시지’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전력 현대화에 필수적이라고 여기는 능력을 개발하는 과정"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