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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단지.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10억원 초반에 내놨던 전세 매물들도 이달 들어 9억원대로 낮췄어요. 집주인들도 최대한 세입자 조건에 맞춰서 가격 조정을 하려는 분위기입니다." (송파구 잠실동 A 공인중개업자)
서울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송파구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폭이 가장 크다 보니 전세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송파구에서는 2년 전 12억 선을 웃돌던 전세 가격이 9억원대에 거래되는 등 가격을 낮춘 전세 매물이 대거 등장하면서 역전세난 공포가 일파만파 번지는 양상이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면적 84.97㎡는 전세 가격이 13억원선까지 올랐지만 지난 9일 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에서 10억원선이 무너진 것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매물들도 이 정도 선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매물 사이트에서는 잠실 엘스를 비롯해 인근 리센츠, 트리지움에서도 9억5000만~9억9000만원대 해당 단지 매물을 찾아볼 수 있다.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면서 최초 매물 등록가격보다 많게는 1억원까지 낮아진 매물도 등장했다.
잠실동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엘스의 경우 지난달 10억5000만원에 내놨던 매물들도 이달 들어 10억원, 9억5000만원으로 호가를 낮췄다"며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으니까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춰서라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 계약 가격보다 낮춰서 전세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도 부쩍 많아졌다는 게 송파구 내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잠실 인근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 2020년12월 11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는데 2년 만인 지난 1일 3억5000만원 하락한 8억원에 계약됐다.
매도를 포기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전세로 돌리면서 전세 매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세 수요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전세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송파구 전세 매물은 총 4682건으로 1년 전 3118건이었던 것보다 1500건 이상 늘었다. 잠실동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지난해 658건에서 이날 기준 1360건으로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 가격 하락에 기존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역전세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집주인이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전세 가격을 대폭 낮춰 계약하게 되면서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집주인을 통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 새로 들어가는 전셋집 잔금을 치를 때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서 채워 넣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송파구의 한 아파트 세입자 조 모씨는 "올해 초 급한 마음에 조금 비싼 가격에 전세 계약하고 이사 왔는데 전세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신경이 쓰인다"며 "요즘 시세를 보면 같은 단지 내 더 넓고 더 높은 고층 전세가 더 저렴하게 나와 있어서 이대로라면 만기일에 나갈 때 집주인에게 돈을 못 돌려받을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역전세 우려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HUG 전세금반환보증보험 가입이 가장 안전한 보호장치라고 볼 수 있고 경매에 넘어갈 경우를 대비해 대항력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라며 "뿐만 아니라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나 실거래가를 꼼꼼하게 조회해볼 필요가 있고 전세 보증금을 낮추고 일부 월세로 전환하는 것도 위험 부담을 낮추는 방안 중 하나"라고 조언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