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서민들의 겨울철 대표 군것질 음식인 붕어빵의 가격이 원자재값 상승으로 크게 뛰면서 ‘금(金)붕어’ 대접을 받고 있다.
한때 ‘1000원에 팥 붕어빵 4개’가 시쳇말로 ‘국룰(전국민 규칙rule)’이었던 시절이 무색할 정도로 서울 강남 등 일부 번화가에선 ‘1개 1000원’으로 팔리며 이른바 ‘붕어빵 지수의 변동’을 실감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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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붕어빵 노점. 사진=조하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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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5번출구 인근 한 붕어빵 노점에 손님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조하니 기자 |
◇‘1000원에 팥 붕어빵 4개’ 옛말
지난 11일 오후 기자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를 취재한 결과, 1000원에 붕어빵 1개를 판매하는 길거리 붕어빵 가게는 2곳 정도로 확인됐다. 강남과 가까운 지하철 양재역 근처 한 붕어빵 노점에는 ‘잉어빵 1개 1000원, 3개 2000원’이란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이 가게의 주인 A씨는 "밀가루나 식용유 같은 주 재료값이 1000원 정도 올라 판매가격을 어쩔 수 없이 인상했다"고 털어놓았다.
가게에서 판매하는 팥 붕어빵을 직접 구매해 먹어보니 가격 상승분만큼 내용물도 일반 붕어빵보다 1.5배 더 들어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강남역 5번 출구에서 3분 거리에 위치한 또 다른 가게는 ‘강남 붕어빵’이란 이름을 내걸고 붕어빵 1개를 1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인상된 가격임에도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일반 붕어빵과 달리 ‘호두+팥, 고구마, 피자, 견과류, 천연꿀’ 등 차별화된 메뉴를 판매하는 것이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이 가게에서 여러 종류의 붕어빵을 구매한 20대 소비자 B씨는 "SNS에서 ‘줄 서먹는 가게’라며 좌표 공유(온라인에서 맛집 목록을 주고받는 것)를 받아 찾아오게 됐다"며 "비싸다는 감이 없지 않지만 요즘 붕어빵 어디 가서 돈 주고 먹기도 힘들다"라고 전해주었다.
강남이 아닌 강북의 유동인구가 밀집된 종로 일대나 서울 외곽 소재 붕어빵 가게들은 원자재값 상승에도 1000원에 팥붕어빵 2~4개, 미니 팥붕어빵 1봉지(8개)에 3000원 수준으로 기존 가격대로 팔고 있었다.
종로3가역 근방 한 붕어빵 노점 주인 C씨는 "여기(종로)라고 더 팔고, 더 많이 남는 거 없다"며 최근 들어 붕어빵 장사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저렴한 음식을 파는 데로 유명해진 종로의 지역특성 때문에 가격 올리기가 눈치 보인다고 C씨는 귀뜸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붕어빵 가게를 하는 D씨는 "제반 비용 상승뿐 아니라 카페 등에서 붕어빵을 판매하면서 노점들 입지가 좁아졌다"고 붕어빵 장사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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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한 붕어빵 노점. 사진=조하니 기자 |
◇‘붕어빵 지수’ 변동에 소비자 반응도 가지각색
서민 대표 먹거리로 불리던 길거리 붕어빵마저 ‘金붕어’가 된 배경에는 붕어빵의 핵심 원료인 밀가루·팥·식용유 등의 가격 인상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 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수입산 붉은 팥(40kg) 도매가는 평균 27만원으로 전년(25만1900원) 대비 6.7% 증가했다. 이달 밀가루와 식용유 역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나란히 36.9%, 42.8% 크게 올랐다.
이처럼 붕어빵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을 빗대 온라인에선 ‘붕플레이션(붕어빵+인플레이션)’이란 합성어까지 등장했다. 또한, 해외에서 판매되는 맥도날드 햄버거 빅맥 가격으로 그 나라의 물가 수준을 판단하는 ‘빅맥 지수(Big Mac Index)’처럼, 붕어빵 가격을 지표로 국내 소비자 물가지수를 측정하자는 이색 반응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저조한 수익성에다 노점 단속 강화로 붕어빵 장수가 하나둘씩 길거리에서 사라지자 소비자 사이에선 ‘붕세권’을 찾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실제로 ‘가슴속 3천원’ 등 붕어빵 노점이 위치한 곳을 공유하는 앱(APP)까지 등장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턴 겨울철로 접어들며 당근마켓 등 지역 기반 플랫폼에서 "몇 개 안 남았으니 붕어빵 막차 탑승하세요", "역 근처에 붕어빵 파는 곳 아시는 분? 가격도 알려주세요" 등 정보 공유를 하는 행태가 유행 관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서대문구에서 또다른 붕어빵 장사를 하는 E씨는 "워낙 가게 찾기가 힘들다 보니 개인 연락처를 받아 문 열 때 문자 한 통만 달라는 손님도 있었다"며 "내년에도 계속 운영할거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