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19일(일)
에너지경제 포토

성철환

cwsung@ekn.kr

성철환기자 기사모음




[EE칼럼] 에너지위기 시대 ESG 바로 세우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01 11:08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2022102801001017000045311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뜨거워지는 만큼 이에 대한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미주리주, 루이지애나주, 텍사스주의 연금펀드는 ESG의 대명사격인 블랙록으로부터 그들의 펀드를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하였다. 미국 최대규모의 공적 연금펀드인 캘리포니아의 캘퍼스(Calpers)는 지난 10년간 타 펀드와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 수익률을 기록함으로써 연금에 의존하는 은퇴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캘퍼스는 ESG 중심의 이데올로기화된 투자방식이 2백여만 명의 은퇴자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주가가 치솟긴 하였지만 사실 수년 전부터 누적되어 온 탄소중립발 에너지 분야의 투자위축으로 인하여 ESG 투자성과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투자라 할지라도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투자자 관점에서는 무용지물이 아니라 해악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ESG 투자의 수탁자가 이행해야 할 ‘신인의무(fiduciary duty) 준수’의 요구도 증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이데올로기화한 이른 바 워크(Woke) 운동의 반작용으로 안티 워크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엘런 머스크는 ESG는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젊은 행동주의 투자가인 비벡 라마스웨이는 앤티 ESG 투자를 표방하는 ‘스트라이브자산운용(Strive Asset Management)’이라는 펀드사를 설립하였다. 라마스웨이의 앤티 ESG 펀드는 몇 차례 라운드를 거쳐 그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ESG의 불분명한 정체성 역시 논란거리다. 탄소중립형 친환경 투자를 표방한다고는 하지만 블랙록의 에너지 ETF를 보면 ESG 반대 진영의 대표 펀드인 스트라이브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와 비교했을 때에 큰 차이가 없다. 엑슨모빌, 쉐브론, 코노코필립스와 같은 화석연료 회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유사하여 두 펀드 사이에 차별성이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화석연료 투자를 지양한다고 하였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대부분의 ESG 펀드는 화석연료 비즈니스의 투자 역시 꾸준히 유지하거나 오히려 증대시켰다. 우리나라의 ESG 펀드 역시 그 포트폴리오 구성을 보면 대부분의 대기업은 다 포함되어 특별한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미국 일부 법계에서는 ESG 그룹의 반트러스트 위반 여부도 검토 중이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ESG의 명암을 둘러 싼 논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며 많은 영역이 회색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ESG는 분명히 이 시대의 추세이긴 하지만 좌우의 이념적 논쟁과 결부되어 특정 그룹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술, 담배, 도박과 같은 이른 바 죄악주(sin stock)의 구분은 비교적 선명한 편이지만,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의 대부분 지표는 상당히 주관적이며 정성적이기 때문에 이념적 수단화될 경우 이는 결국 투자자의 손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ESG의 명분을 넘어선 심각한 파급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상당수 정부 정책이 탑다운으로 이루어지는 거버넌스 하에서는 국책은행이나 국민연금이 이처럼 이념화된 ESG에 접근할 때에는 더욱 더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릇된 투자로 인한 손실은 국민의 세부담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수백만 연금은퇴자의 생계에 영향을 주는 미국 캘퍼스 연금펀드의 부실성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이와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ESG는 사적이면서도 이념적 영역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집행을 의무화할 경우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부실 정책금융의 부담은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초변동성과 초연결성의 시대에서는 한 번의 잘못된 결정으로 천문학적인 손실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념화된 ESG의 무리한 확장 보다는 ESG 바로 세우기에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