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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떠나라", "돌아오지 마라"...폐허 우크라, 방사능 폭탄 위협도 불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6 16:10
UKRAINE GERMANY DIPLOMACY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EPA/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전쟁 장기화로 폐허가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핵 위협도 고조되고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외국 국민들과 기업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해외 피난민에 "귀국하지 말라"는 호소까지 전했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침공 전 빼앗긴 크림반도까지 되찾겠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불태우는 상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우크라이나 인도대사관은 25일 밤(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인도인에게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당장 떠날 것을 권고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19일 "가능한 한 가장 빨리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을 권고한다"는 경고에 이어 6일 만에 다시 자국민의 우크라이나 출국을 재촉한 것이다.

이런 인도 정부 요청은 현지 전황이 예측 불가 상황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부터 피란민들에게 이번 겨울 동안에는 귀국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영국 B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국영TV에 출연해 "피란민에게 내년 봄까지 우크라이나로 돌아오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전력망이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겨울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수백만명에 이르는 해외 피란민이 귀국한다면 "상황이 악화하기만 할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당분간 해외에 머물러 달라"고 부탁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해외로 몸을 피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의 수가 77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대패한 데 이어 남부 전선에서도 수세에 몰린 러시아는 이달 중순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의 전력 관련 기반시설을 겨냥한 대대적 폭격을 진행 중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8일 기준으로 전체 발전소 3분의 1이 러시아군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곳곳에선 난방과 전기, 가스, 물 등의 공급이 끊겼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22일에는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100만 가구 이상이 정전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관련 당국은 전력을 아끼기 위해 전국적인 순환단전에 들어간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의 세르히 키랄 부시장은 지난주 BBC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겨울 전까지 우크라이나 주요 기반 시설을 모두 파괴할 심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을 버텨내기 위해 내년 한 해 동안 매달 30억 달러(약 4조 2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봤다. 다만 러시아 폭격이 강도를 키워간다면 매달 50억 달러(약 7조 1000억원)로 필요자금이 늘어나리라 전망했다.

특히 치명적인 위협은 러시아의 방사능 무기 사용 가능성이다.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30일까지 연례 핵억지 연습인 ‘스테드패스트 눈’을 시작한 가운데 러시아는 미국에 대규모 핵전쟁 훈련인 ‘그롬’(Grom·우뢰)을 실시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러시아가 핵 연습에 들어가면서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를 상대로 핵무기 사용 위협 발언을 해온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핵무기 이동의 명분으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이른바 ‘더티 밤’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서방 국가들과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러시아가 ‘더티 밤’을 사용하고 이를 우크라이나에 뒤집어씌우기 위해 이른바 ‘거짓 깃발’(위장) 전술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더티 밤’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저위력 방사성 폭탄을 말한다. 피해가 막대한 핵무기와 달리 일정한 지역에 대한 핵 오염을 노리는 무기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가운데서도 협상론에 선을 긋고 항전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가진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분명히 크림반도를 해방시킬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나라의 이 부분을 모든 우크라이나인의 땅으로, 그뿐 아니라 모든 유럽인의 땅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크림반도는 앞서 러시아가 2014년 병합했다고 주장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나서 병합을 주장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까지 되찾겠다는 항전 의지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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