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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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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보다 저렴해졌네”…더 넓은 전셋집으로 ‘갈아타기’ 수요 늘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6 15:51

전세 가격 하락 틈타 시세 대비 저렴한 매물 인기



"임대차 시장 여전히 불안…전세사기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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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40대 이 모씨는 최근 부동산 매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세 시세를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해에 목동으로 이사올 때만 하더라도 8억원까지 오르던 A 아파트 전세가격이 6억원대에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A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곳곳에 6억원 이하 전세 매물이 나오면 알려달라고 전화를 돌리고 있다.

#오는 12월 원룸 오피스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최근 재계약을 고민하다가 새 전셋집을 알아보기로 결심했다. 요즘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2년 전에 비싸서 계약을 포기했던 투룸 매물이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시장에 나와있는 걸 발견해서다. 김 씨는 "2년 전엔 이 가격에 원룸밖에 못 구했는데 투룸이 이 가격에 나와서 놀랐다"며 "시세가 저렴할 때 이사하면 최소 4년은 이 가격에 살 수 있으니 지금이 이사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월세에 밀려 전세 시장이 인기를 잃으면서 전세 가격이 하락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이 씨 사례처럼 전세가격 하락을 기회로 삼고 저렴한 전세를 찾는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26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0단지’ 전용면적 127㎡는 지난 1일 전세 8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해당 단지 내 동일면적은 지난해 10월 12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목동 내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에 들어오는 전세 문의 중 대부분은 목동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더 입지가 좋은 인근 단지로 이사하려는 수요"라며 "집주인들이 전세 가격을 높이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렴하게 전셋집을 구하기엔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전세 가격이 하락하면서 월세 수요만큼이나 전세 수요도 발생하는 양상이다. 전세 가격이 시세보다 저렴할 경우에만 거래가 성사된다는 점은 최근 전세 시장의 특징이다. 특히 우수 학군지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 잦다.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이 우수한 단지로 이사를 생각하고 있었으나 높은 임대료에 포기했던 이들이 전세가격 하락 시기를 틈타 옮기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전세가격 상승세는 사라졌고 조율하기 나름이라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목동의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임대차 시장은 저렴한 전세를 찾아 갈아타기 하려는 수요와 아예 보증금을 대폭 낮춰 대출 없이 월세로 가려는 수요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며 "월세만 찾던 분들이 전세 가격이 많이 떨어지니까 전세도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학군, 교통 등을 종합했을 때 목동 내 대장단지로 불리는 목동 7단지 전용 66㎡는 지난달 6일 전세 6억원에 계약됐다. 지난 2020년 12월 동일면적이 10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원이 더 저렴한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는 지난 24일 6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직전 거래가인 지난 2019년(4억2000만원)보다 1억8000만원 오른 수준이긴 하지만 동일 면적 내 7억5000만원에 계약된 매물도 있고 시장에 나와 있는 전세 매물 호가는 6억원 중반~7억원 대에 형성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에 거래됐다.

대치동의 C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세 문의가 많진 않지만 거래되는 매물들을 보면 시세보다 높지 않은 매물 위주로 거래되고 있다"며 "임차인도 임대인도 월세를 선호하긴 하지만 전세 가격이 많이 낮아진 게 실거래가로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월세 전환 시 보증금을 많이 낮추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전세로 계약하겠다는 임차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역전세 등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울 아파트에서도 전세사기나 깡통전세 유형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차 계약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부동산 분양대행사무소 한 관계자는 "빌라가 아니라고 해서 전세사기로부터 안전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며 "전세가격 등락이 빠르게 이뤄지는 등 임대차 시장이 불안정한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보증금을 조금 더 낮추고 월세를 높이는 보증부월세를 계약하는 것도 주택자금을 지킬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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