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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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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불황에 영업익 ‘반토막’...금융위기 수준으로 투자 줄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6 13:17

3분기 영업익 전년 동기 대비 60% 줄어

”내년 투자 올해 대비 50% 줄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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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26일 경영실적 발표회를 열고 올해 3분기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입구.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SK하이닉스가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을 버티기 위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투자를 줄인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반도체가 탑재되는 기기 판매가 막히며 반도체 가격이 덩달아 하락했고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인한 불똥이 튀며 경영환경이 유달리 어려워진 탓이다.

SK하이닉스는 26일 경영실적 발표회를 열고 올해 3분기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줄었다. 매출은 7.0%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60.5% 급락했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20.5%, 영업이익은 60.5%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세계적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 수요가 부진하며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회사는 최신 공정인 10나노미터(㎚) 4세대 D램(1a)과 176단 4D 낸드 판매 비중과 수율을 높이는 등 원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원가 절감 폭보다 가격 하락 폭이 커지며 영업이익이 많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메모리 반도체 주요 공급처인 개인용 컴퓨터(PC),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 출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4분기에도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정도에는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거시경제와 여러 지정학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다운턴(불황)이 길게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투자와 생산규모를 조정하기로 했다. 올해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투자액에 대비해 내년에는 규모를 절반 이상 줄이기로 했다. 이는 지난 금융위기 상황인 2008년에서 2009년 업계 시설투자 축소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재고가 너무 높아 SK하이닉스는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 전환 투자도 일부 지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산량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 중심으로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정 기간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 수급 균형이 정상화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에 생산거점을 둔 SK하이닉스도 난처한 처지가 됐다. 특히 이달 초 미국이 중국에 자국에서 생산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SK하이닉스에도 불똥이 튀었다. SK하이닉스는 전면적 수출 통제가 아닌 건별 심사 대상으로 1년간 유예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통제 아래 놓이는 불편한 상황에 부닥쳤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에 극자외선(EUV) 장비를 반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규제 1년 유예 조치가 연장되지 않으면 예상보다 빠르게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지난 역사 동안 항상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던 저력을 바탕으로 다운턴을 이겨내면서 진정한 메모리 반도체 리더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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