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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밀집 상가.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래가 감소하면 공인중개업소만 타격을 받는 줄 알지만 인테리어 업계, 이사 업계 종사자들도 일감이 떨어져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부동산 거래절벽 장기화로 신규 이사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부동산 관련 종사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매매와 임대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공인중개업소뿐만 아니라 이삿짐센터, 리모델링, 입주청소업체들로 불황 여파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들 업체들이 불황을 버티지 못하고 도미노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내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594건으로 올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7월(643건)보다 적은 수준이다. 아직 신고기한이 엿새 가량 남아있어 거래건수가 더 늘어날 여지는 있지만 지난해 9월 거래건수(2691건)와 비교하면 감소세가 뚜렷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거래를 통한 중개수수료로 수익이 발생하는 공인중개사들은 사무실 임대료를 내기조차 빠듯한 실정이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사무실 임대료가 200만원인데 거래가 성사되질 않으니 몇 달째 마이너스 신세"라며 "인근 공인중개업소 중 2~3곳은 이미 불황에 문을 닫았는데 남일 같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공인중개업소 인근은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모여 있는 아파트촌으로 약 4000가구에 달하는 큰 규모다. 해당 아파트촌 주변으로 공인중개업소가 30여 곳이 들어서 있지만 올해 이 지역 매매 건수는 단 1건에 그쳤고 전월세 거래도 5건이 채 되지 않았다. 수입이 없으니 사무실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는 974개의 공인중개업소가 폐업하고 84개 업소가 휴업했다. 이 기간 개업한 신규 업소(918건)보다도 폐·휴업 업소가 더 많은 수준이다.
매매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신규 이사 수요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리모델링 업체나 이삿짐센터, 입주청소업체들도 개점휴업 상태다.
리모델링을 전문으로 하는 목동의 한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이 30~40%는 감소했다"며 "특히 리모델링은 신규로 이사를 들어올 때 진행하는 게 대부분인데 이사 수요가 없으니 요즘은 일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2곳에 지점을 내고 운영 중인 B 이사업체 관계자 역시 "일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서 생활이 안 될 정도"라며 "한 건당 일당이 15만원이면 한 달에 10건을 성사시켜도 150만원 밖에 안되는데 요즘은 10건도 채 못하는 상황이라 이 돈으로 어떻게 살겠나 싶다"고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우리 같은 서민들은 밥 굶고 빚 내가면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가 몇 년은 더 이어질 거라고 하는데 대책은 없고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에 정부에서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인하했는데 그 이후로 거래가 단절되다보니까 한 달에 1건 겨우 거래하는 상황에서 수수료가 낮아진 것을 더 뼈아프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취·등록세 완화가 이뤄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목동 내 D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우리 같은 공인중개업소나 인테리어업체, 이삿짐센터들은 거래가 이뤄져야 먹고 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 등락폭과 관련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거래 움직임이 아예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매물이 비싸든 저렴하든 사고 팔 수 있어야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시장인데 비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부동산 관련 업종이 다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집값 하락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때가 아니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