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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업계 "폴란드 원전 美소송, 韓이 앞선다는 증거"…두산에너빌 기대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5 15:48

- "UAE때도 막판에 미국 측 요구로 일부 기자재 건설 넘겨"



- "폴란드는 무기 구매 등 자금력 부족해 韓 원전 원할 것"



- 두산에너빌, 韓, 美 노형 모두 설계한 경험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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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바라카 원전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원전업계가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최근 지적재산권 소송제기와 관련 한수원의 폴란드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 경쟁력 우세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란 분석을 내놓았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이르면 올해 말 사업자를 결정할 폴란드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수주를 놓고 막판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웨스팅하우스가 갑자기 한수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보면 수주전 판세 자체 분석결과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으로 판단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원전업계는 특히 웨스팅하우스가 폴란드 원전 건설 사업에서 한수원을 따돌리고 수주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설령 웨스팅하우스의 수주 가능성이 현실화하더라도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의 막대한 수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어디가 폴란드 신규 원전 건설을 수주하든 관련 핵심 기자재를 수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유일 원전 주기기 제작업체로 미국형 원전 AP1000과 한국형 원전 APR1400의 노형을 모두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관련 기자재 공급에서 두산에너지빌리티는 사실상 대체 불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주현 동국대 교수는 25일 "웨스팅하우스가 폴란드 원전 수출 사업에서 열세가 되니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2009년 UAE(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수출을 앞두고도 똑같은 행태를 벌인 적이 있다. 결국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로 냉각펌프, 원전제어 MMIS 등 특수한 부품기자재 공급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도 "폴란드는 지금 무기대량 구매하느라 자금 사정이 어려운데다 원전은 가격도 물건도 우리나라가 더 나은 만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를 간파한 미국이 우리나라와의 협상에서 우위에 서려는 의도로 보인다. 폴란드에서 미국과 우리 사이의 문제를 적극 해결하기 위해 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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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원한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설계 등의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는 시공이나 기자재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면서 "양국의 강점을 토대로 협력하는 모델이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원전업계 다른 관계자도 "미국은 웨스팅하우스와 GE(제너럴일렉트릭)를 앞세워 미국형 원전건설을 추진하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과 협력하고자 한다"면서 "이번 지재권 소송은 한국과 컨소시엄 구성에서 조건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미국과 연합팀을 구성하면 수출 때 다른 나라에 대한 경쟁력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전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컨소시엄 구축에 대해 물밑에서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론적으로 과거 UAE사례처럼 같이 진출하면 좋지 않겠냐는 의사확인이 이뤄진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 정부는 과거에도 미국과 컨소시엄 형태로 해외 원전 진출을 한 바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미국은 자국 원자로인 ‘AP1000’을 팔고 싶어하지만 폴란드 측은 내심 우리나라의 ‘APR1400’ 원자로 도입을 원한다. 무엇보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자국에서도 원전 건설 기한을 맞추지 못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UAE에서 건설기한 내에 완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범진 교수는 "만약 AP1000이 도입된다면 우리나라 업체는 원전을 짓는 건설회사와 AP1000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는 두산중공업 정도만 참여하게 된다"며 "그러나 APR1400의 경우 모든 기자재를 우리나라 업체가 공급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 1호기 상업운전에 성공해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세계 6번째로 수출 원전이 실제 운영되는 국가가 됐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현재 폴란드 외에도 체코,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이다.

폴란드는 총 6000∼9000MW 규모의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위해 잠정부지를 선정했으며 한국, 미국, 프랑스 등과 신규 원전 도입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폴란드 첫번째 원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로 확정됐으며 한수원은 두번째 세번째 원전 수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차세대 원전 2기를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8조원 규모로 1000∼1200MW급 원전 1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달 체코 총선 이후 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과 프랑스, 미국이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주기기 제작 경험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추진 발전원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발전의 핵심 주기기 제작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두산 측 관계자는 "2025년까지 폴란드 등 대형원전, SMR, 해상풍력 신규 수주액이 1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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