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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포기? 이디야커피 '가격인상' 딜레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4 17:55

4년 만에 인상안 발표에 일부 점주 반발로 잠정유보
브랜드 장점 가성비 소멸 매출 하락 우려 "인상 반대"
저가경쟁 차별화전략 부재, 가맹점 감소 타개책 골몰

이디야커피 4년만에 가격인상<YONHAP NO-3490>

▲서울 시내에 한 이디야커피 점포 모습.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최근 이디야커피가 4년 만에 가격 인상안을 발표했지만 이틀만에 인상을 철회하며 번복 논란을 일으키자 그 원인으로 이디야 브랜드 정체성을 둘러싼 내부 갈등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24일 카페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이디야커피는 오는 11월 1일부터 아메리카노·에스프레소 등 일부 상품을 제외한 음료 57종의 가격을 200~700원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원가 부담과 물류비 상승 등으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는 회사의 설명이었다.

다만, 아메리카노 제품의 가격 동결과 함께 기본 사이즈를 레귤러에서 라지로 확대하는 방안도 내놓아 가격 인상의 소비자 거부감을 최소화시키려 했다.

이같은 가격인상안이 나온 지 이틀 뒤인 20일 이디야커피는 돌연 인상안을 거둬들였다.

이디야커피 본사가 60여명의 가맹점주들과 논의한 결과 실효성 문제로 반대 의견이 거세자 인상안을 잠정 유보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디야커피는 인상안 철회와 함께 반발하는 점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 직영점에서 시장조사를 거쳐 여러 불안요인을 사전 제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가맹점 소재 상권에 따라 주력 상품이 다른 데다, 특히 아메리카노는 기존 가격을 유지하되 사이즈를 키워 재료비 측면에서 지적이 제기됐다"며 "또, 음료 양에 대한 고객 반응도 천차만별이라 매출 감소 우려로 일부 점주들이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디야가 몇 년 간 고수하던 가격 정책을 깨고 수익성 제고에 나섰지만 초반부터 잡음이 발생하면서, 초저가 커피전문점과 프리미엄 전문점 사이에서 뚜렷한 브랜드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맹점주 저항이 뒤따른 것이란 업계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디야커피하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떠올렸던 때도 있었으나 이젠 1000원대 커피 등 저가형 프랜차이즈 업체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프리미엄 브랜드와 다투기엔 강력한 팬덤을 쌓아온 기존 업체들의 입지가 워낙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매머드커피(2012년)·컴포즈커피(2014년)·메가커피(2015년) 등 저가 커피전문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 모두 아메리카노 1잔 기준 약 1500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데 반해, 이디야는 가격동결을 해도 3200원 수준으로 2배 이상 높다.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울 수 있는 마케팅도 부재하다. 대표 프리미엄 커피전문점으로 꼽히는 스타벅스가 매년 ‘e-프리퀀시’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고객 충성도를 쌓아온 반면, 이디야는 ‘가격 할인’이나 ‘음료 무료 사이즈업’에 그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도한 시장 경쟁 속에서 한때 매장 수 최대 3500여개까지 덩치를 불린 가맹사업도 2020년 폐점률이 2.8%까지 치솟은 이후 3000여개로 축소된 상태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이디야는 묶음배송 증가 등 물류 효율화로 운반비 절감에 성공했지만 전년 대비 3.3% 소폭 수준에 그쳤다. 올해는 자체 로스팅공장을 신설해 원가 경쟁력도 갖췄지만, 고환율 압박 속 생두 등 주 원료 폭등으로 상승분만큼 부담을 떠안게 됐다. 따라서,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카페업계 관계자는 "특히, 상생경영을 강조하는 이디야 입장에서 점주들의 동의 없이 인상안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쟁업체의 시장지배력이 올라가는 추세에서 단편적으로 가격만 올리는 게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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