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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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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책임 논란…화재 발발 배터리 공급사로 불똥 번지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3 10:43

SK온 ‘화재 제로’ 배터리 명성에 타격 입나...
”리튬이온 배터리 최대 약점 발열 해결책 찾아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소한 배터리<YONHAP NO-1739>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발화 지점인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가 불에 타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카카오 먹통’ 사태를 유발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가 보관 중이던 예비 배터리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새로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배터리는 SK온이 생산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자체 결함이나 과열로 불이 났다는 결론이 나오면 SK온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단말과 설비 등에서 화재를 불러 일으켰던 리튬이온 배터리 안전성에도 의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기 성남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전기실에 보관하던 예비 배터리에서 화재가 시작됐다. 경찰은 데이터센터 내부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오후 3시 14분쯤 화재 직전 배터리에서 스파크가 일어난 뒤 불이 시작됐고 자동 소화설비가 정상 작동해 할로겐 가스가 분사되는 장면을 포착했다. 하지만 화재가 잡히지 않아 소방관이 출동해 오후 11시 46분쯤 화재를 진압했다. 화재로 각각 배터리팩 11개로 구성된 선반 5개가 불에 탔다.

화재 사고 원인은 무정전전원장치용 예비 배터리다. 데이터센터 전원이 멈추는 상황을 대비한 비상용 발전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여러 개를 묶어서 만드는 형태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배터리 자체 과열과 전선 문제, 배터리 관리시스템(BMS) 이상 등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수사 중이다. 하지만 화재 원인이 배터리 결함이나 과열로 지목되면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안전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SK온 관계자는 "경찰 조사중인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해당 배터리는 SK온이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 등 국내 경쟁사와 달리 전기차와 ESS를 통틀어 공식적인 화재 사고가 없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워왔지만, 과실이 배터리 제조사에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이미지에 치명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노트북 등 중소형 전자제품부터 전기자동차, 발전기 ESS까지 대형 기계장치까지 보편적으로 쓰인다.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면서 발생한 전기를 받아들이면 충전이 되고 내보내면 방전이 되는 원리다. 일본 소니가 1991년 첫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기존 니켈계 배터리를 빠르게 밀어내고 이차전지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 경량화와 소형화가 가능하고 충전 시간이 짧은 대신 수명이 길다는 특징으로 다양한 산업군이 앞다퉈 리튬이온 배터리를 도입했다.

가장 큰 약점은 안전성이다. 양극과 음극이 물리적으로 섞이지 않도록 막아주는 분리막에 문제가 생기면 불이 붙거나 폭발하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일단 배터리가 발화하면 불을 끄거나 발열을 낮추는 것부터 쉽지 않다. 전기차 등에 탑재하는 배터리팩은 배터리셀 수십 개를 이어 붙인 형태로 셀 하나에서 불이 붙으면 삽시간에 전체로 옮겨 붙는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불을 끌 때처럼 물을 뿌리면 알칼리 금속인 리튬이 물과 반응해 발열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반드시 전용 소화기를 사용해야 하며 막대한 양의 물로 배터리를 가두는 식으로 화재를 진압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년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발생했다. ESS는 최근 풍력이나 수력 등 재생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활용이 많아지는 추세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주로 이뤄지는 주간에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태양광이 없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시점에 에너지를 다시 방출하는 용도다. 하지만 2017년부터 최근 6년 동안 보고된 화재 사고만 38건에 이른다.

전기자동차에도 배터리에 불이 붙는 사례가 보고되며 우려를 키웠다. 지난 2017년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이 배터리 결함으로 단종됐고 지난 2021년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은 제너럴모터스(GM)에 공급한 배터리 문제로 대규모 차량 리콜 사태를 겪기도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 "리튬이온 배터리가 개발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불은 여전히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며 "오랜 시간 동안 대안을 찾지 못한 만큼 업계가 경각심을 갖고 기술적 뒷받침에 힘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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