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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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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독점 송전망 확충 지연 불만 고조…민간 발전업계 "사업권, 차라리 민간에 넘겨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19 15:49

민간발전업계, 송전 제약 피해 커지는데 당국 안일·무책임 대응한다며 답답함 토로



정승일 한전 사장 "송전망 먼저 짓고 발전소 짓는 계획입지제도 도입 검토"



산업부 "한전 적자에도 돈 없어서 안하는 일 없도록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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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송전선로.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송전망 확충 공사 지연에 민간 발전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19일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발전소를 준공했는데 정적 송전망이 없어 발전소를 제대로 돌리지 못할 상황"이라며 "이제와 송전제약 보상을 요청했더니 ‘송전망도 완공 안됐는데 발전소는 왜 지었냐’, ‘급하면 직접 나서서 민원해결하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전의 이런 자세가 민간 발전 업계를 속 터지게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이럴 거면 차라리 송전망 사업권을 발전업계에 넘기는 게 합리적"이라고 쏘아붙였다.

실제 최근 신규 건설 신한울 1호기 원자력발전소와 강릉안인 1호기 석탄화력발전소의 시운전으로 동해안 지역에 2기가와트(GW)의 송전제약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근 발전소들은 발전기 가동을 줄일 수밖에 없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에 더해 신한울 2호기, 강릉안인 2호기, 삼척화력 1·2호기 등 신규 발전소들이 내년부터 차례로 들어서면 2년 내에 최대 6.8GW 규모의 전력이 추가로 공급된다. 송전망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전 설비가 이같이 확대되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민간 발전업계의 주장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전과 정부가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하고 있다며 민간 발전업계는 하소연했다.

2024년 기준 동해안 총 발전전력은 17GW로 예상된다. 동해권 전체 기저발전량이 17GW 이상으로 늘어나는 만큼 수도권 송전량도 지금보다 2배 가량 늘려야 한다. 현재 송전용량으로는 내년부터 연간 5.4GW의 손실이 불가피 하다. 한국전력이 역대급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그대로 국가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전에 따르면, 2022~2023년 준공 예정이던 △동해안-신가평 △동해안-수도권 △신장성분기 △동두천C/C~양주 △갈산~신광명 △북당진~신탕정 △고덕~서안성 △당진T/P~신송산 △동제주~완도 구간 송전선로가 2023~2027년으로 연기됐다. 변전소의 경우 2020~2023년 준공 예정이던 △북당진#2, △고덕#2 △신시화 △신장성 △신강서 △신송도 △신정읍 △신청주 △신성연 △신달성 변전소 준공이 2023~2027년으로 연기됐다.

해당 이슈는 지난 11일 한국전력공사를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불거졌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당시 "송전망 적기 준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송전망을 먼저 짓고 발전소 짓는 계획입지제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노동석 서울대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논리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송전망을 미리 다 깔아놓고 발전소를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도 송전망 하나 까는데 몇 십 년씩 걸린다. 그래서 미리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확정을 해놓은 것도 공사가 제때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주민 동의가 안 돼서 그런 건데 사업 주체인 한전이 주민 동의 받으려고 노력을 안 한 것"이라며 "급하면 사업자가 하라는 것도 무책임한 소리다. 물론 짓는다고 한전이 돈을 버는 것도 아니지만 공기업이고 본업이면 계획대로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민원 해결에 돈을 무작정 쓸 수도 없고,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기존 계획에서 5년, 6년씩 지연시킬 것 같으면 차라리 발전업자들에게 넘겨서 주민 협상, 보상 등을 민간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네 제도를 바꿀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어차피 어차피 한전이 공사를 하는 게 아니고 발주를 하는 것이니 민간으로 넘겨도 무방하다"며 "이제 한전은 잘못하면 사업영역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 계획에 따라 발전소를 완공한 업자들에게 송전망 부족으로 발전소를 닫거나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면 민간의 재산권을 침해한 만큼 당연히 정부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 독일도 그렇게 했다"고 제안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동해안 송전망 확충 문제와 관련 돈이 없어서 송전망을 구축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산업실장은 지난 14일 사단법인 ‘에너지미래포럼’(대표 김정관) 월례포럼 강연을 통해 "지금 당장 동해에 화력발전소와 신한울 1·2호기 원전이 들어서고 앞으로 해상풍력도 생기는데 전력망 측면에서 보면 큰 부담일 거라고 봤다"며 "한전이 아무리 적자상태에 있더라도 전력망은 필수 투자라고 보고 돈이 없어서 안 하는 그런 일은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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