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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 반포동 일대 도로변에 위치한 더샵반포리버파크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지난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 보다 평당 분양가가 비싼 도시형생활주택이 저조한 입주율과 계약해지, 마이너스 프리미엄 악재라는 부메랑이 돼 부동산업계 구설이 되고 있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도시형생활주택 ‘더샵반포리버파크’(140가구·49m²)가 입주지정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입주율이 10%를 채 넘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약 40% 이상은 계약 해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더샵반포리버파크 당시 3.3m²(평)당 분양가는 7990만원으로 가구당 평균 17억1156만원의 가격이 형성돼 강남권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도금까지 처리한 입주예정자들은 적게는 7억3000만원에서 최대 11억원의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현재 나온 전세 매물이 최저 6억3000만원 밖에 되지 않아 차익을 마련하지 못하는 입주 예정자들은 잔금을 더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에 더샵반포리버파크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잔금 대응이 어려운 가구를 위해 시행사의 보증 형태로 연이율 4~6%대 대출상품을 은행과 협의해 주고, 15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잔금 인하(약 30%)를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단지 계약 해지 위약금(분양대금 10%)을 적절한 수준으로 인하함과 동시에 수분양자들의 계약 해지 요청 시 즉시 해지 가능토록 시행사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입주자들은 해당 주택이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만큼 고통분담 차원에서 잔금을 낮춰달라는 것이다"며 "그러나 시행사가 청산단계에 있는 프로젝트에서 잔금을 낮춰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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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샵반포리버파크 단지 내부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
한편 저조한 입주율, 절반에 가까운 계약해지 외에도 분양가보다 더 낮은 14억5000만원에 올라오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고 있어 더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반포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A 대표는 "더샵반포는 아무리 반포라도 이런 소형 면적에다가 ‘나홀로 주택’이고 게다가 (서울지하철 9호선 완행) 구반포역, 신반포역 둘 다 거리가 있어 입지적 가치도 떨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투자 목적의 고가 주택이 필요하다면 V자 반등이 쉽지 않을 강남권 도생 주택보다는 차라리 같은 가격의 잠실 신축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본래 도시형생활주택은 지난해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받았다. 특히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은 1809개 사업장 평당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3.3㎡(평)당 분양가 상위 10위 사업장 중 상위 8개 사업장이 강남과 서초 지역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승 랠리 속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어 주변 아파트 시세대로 분양가를 산정했는데 성공적인 분양을 이뤄낸 것이다. 다만 논란은 이미 당시부터 제기됐다. 멀지 않은 곳에 내년 8월 2990가구가 들어서는 ‘반포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 분양가격이 당시 평당 5668만원으로 결정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강남권 도생 분양가는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래놓고 분양대행사는 청약자들에게 주택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고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는 공급이 한정적이니 도생을 통해 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 있다는 말로 상투를 잡게 했다.
30대 고소득 전문직 예비 신혼부부 K씨는 "역세권에서 생활하고 싶어 신혼집으로 강남일대 주거형 오피스텔을 알아본 적이 있다"며 "당시 분양관에서 이런 주택은 청약통장도 필요 없고, 계약 후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P(프리미엄) 붙여서 팔면 된다고 현혹했다. 지금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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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천1교에서 바라본 허밍웨이길과 반포공원 사이 더샵반포리버파크. 사진=김준현 기자 |
반포더샵리버파크는 도생을 넘어 고분양가 아파트 전체의 버블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업계에 따르면 앞으로도 기존 주택을 처분하거나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르려던 예비 입주자들의 자금마련 계획이 틀어지면서 불 꺼진 집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전국 아파트 입주율이 올해 5월 82.4%에서 6월 82.3%, 7월 79.6%, 8월 76.8% 등으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가운데 세입자 미확보(27.7%), 잔금대출 미확보 (21.3%) 등이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현승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경기 침체 및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입주율은 앞으로도 더 낮아질 것이다"며 "저조한 입주율을 방지하기 위해선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지원 강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