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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대규모 발전사들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공급 수단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이 기로에 섰다.
당장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입찰 공고부터 늦어지고 있다. 입찰 공고가 늦어지면 대규모 발전사들은 재생에너지 확보,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은 재생에너지 판매 시기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입찰 공고가 늦어지는 이유는 정부가 앞서 예고한 재생에너지 고정가격계약의 전력거래가격 상한선 설정 관련 준비를 마무리하지 못한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고 태양광사업이 일제점검 또는 전면적인 수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정부의 고민 흔적이 역력하다.
고정가격계약 전력거래가격은 현재 계약 입찰 때 낙찰된 가격을 기준으로 통상 20년 장기 계약기간 전력도매시장가격(SMP)에 연동, 재생에너지를 사고 파는 가격이다.
정부는 최근 재생에너지 고정가격계약의 거래가격에 상한선을 두고 이르면 하반기 계약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연료비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데 최근 에너지대란에 따른 연료비 상승으로 SMP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고정가격계약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수입을 가져가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현재 추진 중인 전력거래가격 상한선 도입 및 적용 시기가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입찰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로 꼽았다.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 상한제가 하반기 고정가격계약부터 적용될 경우 하반기 입찰에서도 상반기와 마찬가지 미달 사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상한제가 하반기 계약 이후 도입된다면 하반기 입찰에 막차를 타려는 태양광 발전사업들의 수요가 몰릴 수 있다.
6일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관계자는 "아직 (하반기 태양광 RPS 고정가격계약) 공고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공고 발표 시점이 지난번 공고와 비교하면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은 9월 30일, 2020년은 9월 1일, 2019년은 9월 27일에 발표됐다.
업계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안을 조만간 확정하고 이를 반영한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입찰 공고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개정안은 RPS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발전사업자가 SMP보다 높게 전력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부는 개정안에 대해 오는 16일까지 의견 수렴을 받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러도 10월 말은 지나야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공고가 나올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는 최근 SMP가 RPS 고정가격계약 가격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면서 해당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개정안 도입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업계서는 개정안이 통과되고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이 나오면 고정가격계약의 인기가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도 비싼 현물시장 가격 탓에 미달됐는데 하반기도 또 미달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 RPS 고정가격계약의 경쟁률은 0.69대1로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미달됐다.
한국태양광공사협회 관계자는 "개정안을 확정 짓고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공고가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RPS 고정가격계약 공고가 개정안 확정 이전에 나와야 미달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물시장 상황이 좋아서 현물시장에 남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다만 RPS 고정가격계약 공고가 개정안보다 먼저 나오면 이번에 사업자들이 고정가격계약에 입찰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RPS 고정가격계약에 전력거래가격 상한선이 걸리기 전 막차를 타기 위해 사업자들이 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실재로 재생에너지 전력가격 현물시장의 지난달 월평균 가격은 kWh당 297.9원이었다. 상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평균 낙찰가격 kWh당 155.2원보다 91.9%(142.7원) 비싸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이 현물시장에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지금 현물시장이 비싼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SMP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한때 현물시장이 비싼 상황일 수 있기에 지금 RPS 고정가격계약에 들어가는 것이 날 수도 있다고 고민 중으로 알려졌다. RPS 고정가격계약은 20년 동안 전력을 판매하는 계약이다.
안병준 솔라플레이 대표는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를 하고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공고를 낼 것 같다"며 "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설비를 제외하고 개인이 운영하는 설비들은 고정가격계약에 잘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반기 RPS 고정가격계약 공고가 고시보다 먼저 나오면 사업자들이 고민을 더 하겠지만 그래도 참여하지 않을 사업자들이 더 많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