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
산업통상자원부의 ‘2021년도 해외 자원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해외 투자액은 817억 5900만 달러, 회수액은 540억 4800만 달러로 투자 회수율은 66.1%에 달했다. 이에 비해 지난 2013년 누적 투자액은 594억 3200만 달러에 달했지만 회수액은 307억 4700만 달러에 그쳐 회수율이 51.7%에 불과했다.
지난 10년 새 해외 자원개발을 위한 정부 예산이나 출자 금액도 빠르게 감소했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예산을 늘리는 등 해외자원 확보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산업부는 내년도 해외 자원개발 투자 융자액을 1754억원으로 올해(631억원) 대비 3배 가량 늘렸다. 국회도 5년 단위의 자원안보 기본계획 수립 및 자원안보위원회 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국가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하며 정부의 자원개발 확대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박근혜·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자원개발 정책의 비리를 파헤치겠다며 대대적인 수사를 했지만 밝혀낸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최근 몇 년 새 자원가격이 급등해 당시 확보한 해외 광구의 자산 가치가 투자비 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공급망 위기가 닥친 마당에 누구도 정책 변화를 거론하지 않아 자원전쟁 시대에 한국이 낙오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적폐로 낙인 찍힌 해외 자원개발 정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해외자원개발의 오해와 진실을 명확히 해 줄 필요가 있다. 해외 투자를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지 말고 사업과 전문 영역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 투자로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 현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가스공사의 부채가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자원개발 후발국인 우리나라가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다만 문제가 되고 있는 석유공사, 광물공사의 부채 규모 증가는 해외 투자가 잘못됐다는 점 보다 자원가격의 변동성에 따른 운영 미숙, 사후 자산관리 미흡에서 비롯된 문제가 더 크다. 확보한 자산을 어떻게 적절히 관리해서 다음 투자에 활용하는 등 전반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원인이 크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 투자한 해외 광구는 비쌀 때 사들인 것이 아니다. 당시 시세로는 그런대로 적정 내지는 낮은 값에 매입했다. 매입 후 자원가격이 하락하니 비쌀 때 매입했다는 주장이 무성했지만 사실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원외교를 펼쳐 확보한 꼬브레 파나마 구리 광산 개발사업은 최근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광물공사가 지금까지 투자한 돈은 약 8500억원이지만 현재 지분(10%)가치는 1조 3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 광산에서는 구리 외에도 금이 부광물로 채굴되어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배당 수익을 받고 있다. 2018년에는 1억 2650만 달러를 배당 받았다. 이 광산의 구리 매장량은 31억 8200만 톤으로 연간 32만 8000톤(금속기준)을 생산하는 세계 5위권의 대형 구리광산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구리를 200만톤 수입했다.
지난 정부가 부추겨 국민들로부터 미움을 산 부분은 광물공사가 무분별하게 여러 광산에 혼자 진출해 민간 기업과 경쟁을 해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이는 명백한 오해다. 광물공사는 정부가 지정해 준 6대 전략광물(유연탄,우라늄,철광석,구리,아연,니켈)과 리튬, 희토류 등 희소금속 외는 진출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광물공사의 단독 투자는 단 한 건도 없다. 반드시 민간 기업과 동반 진출했다. 이것이 진실이다.
자원확보는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도 선의의 자원개발 관련 종사자들은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오해를 거둬내고 진실을 가려내 해외 자원개발 사업도 새롭게 자리매김 돼야 한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어느 정부에서도 연결성을 갖고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부존자원이 없고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도 우선적으로 힘써야 할 분야가 해외 자원개발임을 외면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