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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받은 전기차 보조금이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테슬라 등 미국산 전기차가 국내에서 수령한 보조금은 160억원에 불과했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의원(국민의힘)이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2만9837대에서 올해 상반기 4만1287대로 급증했다. 이로 인해 올해 미국에서 받은 보조금만 4114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국내 자동차 업계의 구체적인 피해액을 추산할 수 있는 수치라고 구 의원 측은 해석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에 수출하는 차량 중 IRA 대상 차종의 비중은 10% 수준이다. 전기차, 수소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 등이 포함된다.
한국의 상반기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 대수는 미국(29만2646대)에 이어 2위였다. 독일(3만6170대), 일본(2만9156대), 스웨덴(1만7906대) 등을 앞섰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1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IRA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전기차 한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후 보조금 혜택 요건에 ‘북미 조립’ 요건이 추가돼 현대차·기아는 연말까지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내년에는 북미 조립 요건 외에 배터리의 광물·부품 비율 요건도 추가돼 보조금 받기가 더 까다로워진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수령한 전기차 보조금은 미국산 수입 전기차가 국내에서 받은 보조금에 비해 25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환경부의 ‘국적별 보조금 지급 현황’을 보면 상반기 전기차에 5362억원의 국비 보조금이 지급됐다. 이 중 미국 수입차에 지급된 보조금이 166억원으로 3.1%에 그쳤다. 테슬라가 161억원이고 제너럴모터스(GM)가 5억원이다.
국산 전기차에 지급된 보조금은 4693억원으로 87.5%에 달했다. 중국 수입차가 388억원으로 7.2%였다.
전체 전기차 보조금 중 미국산 전기차에 지급된 보조금 비율은 2020년 18.8%(1027억원)에서 지난해 11.6%(1150억원)으로 낮아졌다.
구 의원은 "미국에서 IRA가 시행될 경우 국내 자동차생산업체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며 이는 명백히 WTO협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위배되는 사항"이라며 "한국의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에 130억달러 이상의 투자와 10만명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해 협력적 관계를 갖고 있는 만큼, 산업통상부가 양국간 상호 호혜적 관점에서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