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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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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 이민·통합’으로 유럽 휩쓰는 ‘극우 돌풍’…국제사회 대격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2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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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이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극우 세력이 프랑스, 스웨덴에 이어 이탈리아에서도 주류 세력으로 부상하는 등 유럽 정치권에서 ‘극우 돌풍’이 일어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극우 세력이 주축이 된 이탈리아 우파 연합은 투표 뒤 발표된 출구조사에서 예상대로 상·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심에 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는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2차대전 이후 집권한 첫 극우 지도자가 될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인다.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는 8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9.0% 상승해 7월의 8.4%에 이어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탈리아 극우 세력은 에너지·식료품 가격 급등과 구매력 감소라는 유권자들의 좌절감을 선거전에서 최대한 활용하며 지지세를 불렸다.

인민과 난민에 대한 적대적인 정서도 극우 세력이 외연을 확장하는 데 일조했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와 마주해 유럽의 관문 국가로 불리는 이탈리아에선 특히 난민에 적대적인 정서가 강하다.

2018년 조사에선 이민자들이 많아질수록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대답한 이탈리아 응답자 비율이 58%에 달했다. 이는 유럽 평균인 14%에 비해 4배가 높은 것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74%가 범죄율 상승은 이민자들의 책임이라고 답변해 유럽 평균인 57%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멜로니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더라도 부모가 외국인일 경우 이탈리아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정책을 내놨다.

‘강한 이탈리아’를 표방하는 멜로니는 반이민에 이어 반유럽통합도 주장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그의 집권에 따라 이탈리아의 보호무역주의로 회귀, 대러시아 제재 반대, 동성애자 권리 후퇴, 유럽연합(EU) 분열 등이 초래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멜로니와 함께 우파 연합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적인 친푸틴, 친러시아 인사인 점도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멜로니는 총선을 앞두고 다른 극우 정치인들과는 달리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등 친유럽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오 관련,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최근 멜로니를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고 칭하며 "멜로니 집권으로 러시아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권력을 잡을 경우 푸틴이 이들을 통해 서유럽에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나치와 파시즘 망령의 부활을 방불케 하는 유럽 극우세력의 약진과 관련해 일종의 ‘공포의 정치’가 작동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대란, 인플레 등 잇단 위기와 관련한 대중의 두려움을 자극함으로써 기성 정치집단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극우세력이 내놓은 ‘대안’에 눈을 돌리게 하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영국 버밍엄대의 닉 치즈먼 정치학과 교수는 "식료품과 주유비 상승,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 하락, 불평등 증가, 계층 이동 감소, 이민에 대한 우려는 극우 지도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절망감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1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선 네오 나치에 뿌리를 둔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20%가 넘는 득표율로 원내 제2당에 올라 화제가 됐다. 2010년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할 때만 해도 스웨덴민주당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2015년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난민 유입이 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프랑스도 지난 6월 총선에서 유럽의 간판 극우 정치인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정통 보수정당 공화당(LR)을 제치고 우파 간판이 됐다.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의 유럽의회 의원인 군나르 벡은 "유럽의 주요 강대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이어 스웨덴까지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실패한 범유럽 정통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유럽 시민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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