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희집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로 우리나라도 높은 가격과 부족한 물량이라는 단기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범 국가적으로 신속히 그리고 선제적으로 대처하여야 한다. 에너지 가격을 올리는 가격 정책도 필요하고 에너지 소비를 자체를 줄이는 비가격적인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선진국은 경제성장에도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데 성공하였지만,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로 고착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새정부의 에너지정책’에서 에너지 정책을 에너지 공급 중심에서 에너지 수요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하였다.
에너지 수요 중심 정책은 수요 효율화를 통해 에너지를 덜 쓰는, 즉 절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에너지를 절약하게 되면 1석 4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에너지 안보다.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 소비 중에서 93%를 수입하고 있다. 지금의 세계경제는 치밀하게 짜여진 공급망 속에서 돌아가고 있다. 이런 공급망 속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 프리포트 액화공장 화재와 같은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는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주어 원유 또는 LNG 가격이 급등하거나 나아가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게 한다. 에너지 절약을 하여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 외부 충격이 완화되어 에너지 안보에 도움을 주게 된다.
둘째, 무역수지 개선이다. 지난 8월 말까지 우리나라는 원유 723억달러, 가스 331억달러, 석탄 198억달러 등 총 1252억달러 규모의 에너지를 수입하였다. 이렇게 막대한 에너지 수입의 영향으로 8월 말까지 우리나라 무역적자는 247억달러를 기록하였다. 올 연말까지 에너지 수입규모는 약 1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무역적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동북아에서 거래되는 현물 LNG 가격은 톤 당 약 2000달러다. 우리가 6만톤의 한 항차분 LNG소비를 줄이게 되면 절약할 수 있는 외화는 약 1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에너지 가격이 높을수록 에너지 절약으로 얻을 수 있는 무역수지 개선 효과는 크다.
셋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다. 환경부의 국가온실가스통계에 따르면 2019년 온실가스 총 배출량(701백만톤 CO2eq)의 87%가 에너지 분야((612백만톤 CO2eq)에서 발생되었다.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2030)’에서 우리나라는 2030년에 온실가스배출 437백만톤 CO2eq를달성하여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든다. 따라서 에너지 절약은 곧 친환경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력과 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다. 현재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는 에너지 수입가격을 전력과 가스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한전은 약 30조원의 대규모 적자와 가스공사는 약 5조원의 미수금이 발생하여 기업 경영이 대단히 어렵다.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도입하는 양이 줄어들고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가격이 낮아져 에너지를 절약하기 전보다 싸게 사올 수 있다. 이는 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뿐 아니라 전력과 가스요금 인상 폭을 낮게 하여 소비자인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에너지 수요 중심 정책은 위에 살펴본 바와 같이 그 효과가 매우 크다. 그러나 그간 정부는 에너지 정책에서 수요 중심의 정책을 표방하였지만, ‘절약하면 좋다’라는 막연한 개념과 관념에 치우쳐 실행하지 않았다. 이제는 수요효율화와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 정부는 국가 전체 에너지 절감 목표를 설정하고 연도별로 구체적인 목표를 정량화하여 정책을 집행하고 관리하여야 한다.
산업체 중 연간 20만 TOE 이상 다소비 기업(30개,산업 에너지 소비의 63%)에게 구체적인 목표를 부여하고 여러 에너지 절감 지원 정책을 수립하여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의 목표 달성여부에 따라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과하여야 한다. 또한 대상이 되지 않는 산업체에게도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감 프로그램을 실시토록 유도하여야 한다.
정부는 2018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되어온 에너지공급자 효율 향상제도(EERS: Energy Efficiency Resource Standards)를 의무화하였다. 에너지 절감 효과를 더 크게 하기 위해서는 공기업 위주로 시행된 EERS를 전 에너지공급자로 확대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또한 히트펌프와 같은 고효율기기를 대폭 보급하도록 하여야 한다.
건물 분야의 에너지 절감도 시급하다. 서울시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4600만톤 중 68.7%가 건물 부문에서 배출되며, 50~60%가 냉난방 설비에서 발생하다. 건물 분야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정부는 ‘제도 개선 등을 통해 민간의 자발적 참여 확대’를 발표하였다. 이 분야에 대해서도 절약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검증하고 알리는 제도가 필요하다.
정량화된 에너지 수요 절약의 시행은 시행 초기에 가장 큰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향상이 온실가스 감축기여도가 가장 높다고 하였다(온실가스 감축기여도:에너지효율향상 40%, 재생에너지 35%,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14%).
정부는 1석 4조의 효과가 있는 에너지 절감을 조속히 시행하여 금번 에너지 위기를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극복하여야 한다. 아무쪼록 금번의 에너지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최근 늘어난 에너지 과소비를 줄이는 기회로 활용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