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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2년도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의 건’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기립표결로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다음 달 4일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대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출석 요구는 그렇다 치더라도 일부 상임위에서는 여당에 오른 국민의힘 의원이 앞장서고 있어 ‘경제인 군기잡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국감 증인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최정우 포스코 그룹 회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등 26명의 기업인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예상은 했지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최근 오너와 기업인들은 세계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원 발굴을 위해 글로벌 발걸음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감 증인으로 나서게 될 경우, 답변 준비 등으로 시간 손실은 상당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선 "민간 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을 펴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는 정반대의 행보다"라고 짚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각 상임위원회가 국감을 앞두고 여야가 증인 출석 요구 계획서를 교환하며 증인 채택을 위한 협상에 분주하다. 증인 명단은 오는 26~27일 각 상임위별 또는 여야 지도부간 협상 결과에 따라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는 여야 모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포스코는 최근 태풍 ‘힌남노’ 피해로 공장이 물에 잠겨 2조원대 피해와 함께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국민의힘은 포항제철소 재해 대책 보고가 있었는데도 최 회장 등 경영진이 묵살했는지 책임 소재를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산자위는 또 고유가로 인한 초과이익 논란과 탄소중립 현안 등을 다루겠다며 GS칼텍스 등 정유사 및 민간발전소 CEO등을 증인 신청 명단에 올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대형마크 의무휴업 폐지 등 현안과 관련돼 증인으로 신청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역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법 등 관련해 외교통일위원회와 산자위 등으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임 의원이 최태원 회장을 노란봉투법 관련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외 탄소배출 상위 10개사(포스코, 현대제철, 삼성전자, 쌍용C&E, 에쓰오일, LG화학,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롯데케미컬)와 중대재해 사업장(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디엘이엔씨, SK에코플랜트, 계룡건설산업, 화성산업, 한라,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쌍용C&E, 한솔제지, 삼표산업, 한국철도공사, 포스코, SK지오센트릭) 임원도 증인 신청 명단에 올렸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통신료 문제 및 플랫폼업체들은 과도한 수수료 등을 이유로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플랫폼 업체(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 형제들) 대표를 증인 신청 명단에 넣었다. 또 망 사용료와 관련해서 구글과 넷플릭스 한국법인 대표도 각각 증인으로 신청됐다.
다만 국감 증인·참고인을 놓고 여야 간사 간 협의 과정이 남아있는 만큼, 기업마다 전부 국감장 증언대에 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 경제계, 이름 거론되는 것 만으로도 부담 ‘당혹’
경제계는 기업인의 줄소환 소식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감이 통상 오전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진행되는 데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오전에 출석해서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오랜 시간 대기를 한다고 해도 대답도 할 수 없다. 증인으로 신청한 개별 의원으로부터만 한두 개의 질문이 들어오거나 질문을 한 건도 받지 못하고 귀가하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국감의 본래 취지는 현안에 대한 사실 관계 등을 따지는 등 정책 감사에 있다. 즉, 납세자를 대표하는 국회가 혈세를 쓰는 피감기관을 상대로 감사를 하는 자리다"며 "그러나 매년 국회에서는 기업인을 대거 불러 ‘혼내기’, ‘망신주기’로 이뤄졌다. 기업의 문제에 대해 사실 유무를 굳이 따지겠다면 해당 실무진을 불러도 되는 것이다. 굳이 총수나 기업인을 부를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최근 재계 총수 등이 글로벌 경기 불황 타개와 부산엑스포 유치 등을 위해 해외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감에 출석하게 되면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투자와 경영에 전념해야 할 기업인들로서는 시간 손실이 상당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특히 여당의 기업인 소환에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민간 기업 살리겠다는 취지와 어긋나다는 이유에서다.
이 관계자는 "이번 정부는 ‘민간과 기업에 힘을 실겠다’고 약속했고, 여당도 여기에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나타냈었다. 주호영 여당 원내대표 도 국감에 기업인 소환 최소화 입장을 나타냈다"며 "그런데 최근 여당이 국감 증인 요청 명단에 기업인의 이름을 줄줄이 올렸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 경제계 입장에선 당혹스럽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재벌 기업 회장, 시중은행장, 민간 기업인들을 대량으로 신청하고 채택이 되지 않고, 또 부르더라도 오랜 시간 대기하고 짧게 답변하고 돌아가는 이런 일은 국회가 갑질한 게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한 바 있으며 이달 초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국감에서 CEO(최고경영자)는 가급적 부르지 말자"고 당부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