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안효건

hg3to8@ekn.kr

안효건기자 기사모음




"이러다 가족까지 다 분쇄"…‘올인 예고’ 푸틴에 러 국민들, 바늘구멍 탈출 러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22 15:01
202209220100086630003859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UPI/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국민 동원령을 내리고 핵 무기 사용까지 언급하자 러시아 대중들의 공포가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전황 악화에도 오히려 이를 방어전으로 칭해 ‘모든 것’을 거는 모습을 비추면서 전쟁이 더 장기화 될 양상도 짙어지고 있다.

연합뉴스가 21일(현지시간) 타스통신을 인용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러시아는 동원 대상 예비군들을 우크라이나 점령지 방어에 투입할 예정이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국가 두마)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자국 TV 방송 RBC 인터뷰에서 "부분 동원 대상자들은 러시아 영토와 국방부 군사 부지에서 전투 경험이 있는 교관들에게 훈련을 받은 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지역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동원에 따른 반발을 의식한 이른바 ‘당근’성 발언도 내놨다.

카르타폴로프 위원장은 국방부가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하기로 한 것은 무작위가 아니라 정부의 사회보장 제공 역량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부가 예비군을 추가로 동원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이번 부분 동원 규모는 설정될 목표의 달성 기간도 고려한 것"이라며 "국방부가 오늘 이 수치를 발표했다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합리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동원령 대상 예비군뿐만 아니라 이들의 부양가족에 채무 상환을 유예하도록 시중은행과 대출기관에 권고했다.

그러나 당장 러시아 곳곳에서는 시위와 탈출 행렬로 난맥상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AFP 통신은 인권단체 OVD-인포를 인용해 러시아 24개 도시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벌어져 최소 425명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수도인 모스크바에서는 시내 중심가에 모인 시위대가 "동원령 반대" 구호를 외치다 최소 50명이 경찰에 구금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수감 중인 러시아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변호인들을 통해 전한 비디오 메시지에서 "이 범죄적인 전쟁이 더욱 악화, 심화하고 있으며 푸틴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여기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시민들에게 항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반전 단체 ‘베스나’도 "이것은 우리의 아버지, 형제, 남편인 수많은 러시아인이 전쟁의 고기 분쇄기에 끌려들어 갈 것임을 의미한다"면서 "이제 전쟁은 모든 가정과 모든 가족에게 닥쳤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동원령 발표 이후 좁아진 출국문을 뚫기 위한 탈출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에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 직항편은 매진됐다.

육로의 경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5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4개국이 러시아 관광객 입국을 불허하기로 했다.

가디언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도 입대를 회피하기 위한 뇌물은 성행했지만 앞으로는 훨씬 더 흔해질 것이라고 봤다.

이 가운데 이런 혼란상을 감수하고 동원령을 내린 푸틴 대통령 의도에 관한 분석도 이어졌다.

CNN은 군 동원령은 푸틴 대통령이 주도권을 확보하고 정치적 입지를 바로잡으려는 시도 일환이라고 봤다.

매슈 슈미트 미국 뉴헤이븐대 국가안보·정치과학 부교수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내 주도권을 확보하고 러시아 대중의 사기를 북돋으려고 노력한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그간 검토를 부인하던 동원령을 갑자기 발동한 것을 두고 "코너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제일 위험하다"며 이 교훈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복수의 전문가 견해를 소개한 기사에서 "대치의 장기화와 격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러시아 동유럽·중앙아시아연구소의 왕샤오취안 연구원은 "러시아는 원래 가지고 있던 목표를 견지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서 ‘친러’ 세력과 ‘반러’ 세력의 균형을 맞추려 할 것이며, 가장 주된 현 단계 목표는 아마도 역사상의 ‘신(新) 러시아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것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전략목표 조정은 러시아가 더 큰 규모의 군사행동을 벌여야 한다는 의미"라며 땅이 얼어 기계화 부대 진격이 용이해지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에 따른 유럽 난방 고민이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민생고도 심해질 겨울, 러시아가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전망했다.


hg3to8@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