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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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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경제위기 대응 능력과 전기요금 정상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22 10:21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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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우리나라 경제에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7%에 불과하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여파로 향후 국내 경제성장률이 더욱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7월 경상수지는 10.9억 달러 흑자이지만, 전년 동월 대비 무려 66.2억 달러 감소했다. 무역수지의 지속적 악화로 인해 8월 이후에는 경상수지 흑자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주요 원인의 하나는 에너지 수입액의 급증이다.

환율 역시 급등하여 1달러당 1400원대가 목전에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자이언트 스텝을 지속할 경우, 한국은행도 외국자본 유출 방지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가 상황도 좋지 않다.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대내외 경제환경이 심각하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민생 안정을 위해 물가인상 억제책을 펼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공공요금, 특히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하지만, 국민의 복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정부의 선의는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할 것이다.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거대한 괴물을 쓰러뜨리기 위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무모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대부분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초래된 전력구매비용 급등에 있다. 이 외부 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내유보금이 충분하지 않은 이상) 한전의 부채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구매비용을 지급하고 운영비를 지출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전의 부채가 한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선다면, 국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이때, 국가의 세수가 충분하지 않다면, 국가 역시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부채를 지는 수밖에 없다. 국가의 부채는 최종적으로는 세금을 거둬 갚아야 하기에, 현재의 전기 소비는 미래 세대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최근 영국 정부 또한 전기·가스 요금 상한을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 소요자금은 영국 GDP의 5%인 1000억 파운드(약 160조 원)에 달할 수 있는 정부 차입을 통해 조달하며, 그 차입금은 10∼15년에 걸쳐 세금으로 변제하게 된다고 한다.

전기요금 동결은 단지 지금 세대와 미래 세대 간 제로섬 게임에 그치지 않으며, 다가오는 대형 경제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 한전이든 국가든, 부채가 늘어날수록 신용도가 낮아져 금리가 올라가고 그 결과 부채가 더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더욱이 리먼 브라더스 사태부터 코로나 사태까지 이어진 전세계적 통화팽창과 막대한 재정지출로 야기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고금리 정책으로 인해 공공부채 규모는 시간이 흐르면서 가속 팽창을 할 것이다. 게다가 공공부채의 과도한 확대로 인해 민간 기업의 자금 경색이 초래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정상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는 전기요금은 전기소비 절약을 유도하지 못해 전력구매비용, 궁극적으로 에너지 수입 비용을 매우 큰 폭으로 증가시킬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결과 환율이 더 큰 폭으로 인상되고, 그에 따른 여파로 물가 역시 오를 것이며, 그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금리가 더욱 높아져야 한다. 이렇듯 전기요금 동결은 부채, 환율, 물가, 금리의 모든 측면에서 동시다발적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초대형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전기요금 동결 정책은 정부의 선의와 달리 도리어 경제위기를 한층 더 가속화시키고 공공부채를 증가시켜 국가의 대응능력마저 훼손하는 하책 중의 하책이다. 아울러, 미-중러의 지정학적 갈등이 지속됨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속가능성 또한 결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책무는 국민들에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정상화가 불가피함을 알리고 나아가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 절약을 대대적으로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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