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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20일 새로운 안내견과 졸업한 안내견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함께 내일로 걷다,’ 행사를 열었다고 이날 밝혔다. 삼성은 이 회장 뜻에 따라 신경영 선언 직후인 1993년 9월 시각장애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설립해 29년간 운영해 오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강아지를 응원하는 졸업식과 안내견 활동을 마치고 일반 가정으로 돌아온 안내견을 환영하는 은퇴식이 열렸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설립하고 지난 29년 동안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분양해온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지난 1993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내견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안내견 총 267마리를 분양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을 이끌어내는 등 성과를 거뒀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20일 새로운 안내견과 졸업한 안내견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함께 내일로 걷다,’ 행사를 열었다고 이날 밝혔다.
행사에는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가족,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훈련사 등 안내견 생애와 함께해 온 5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며 안내견과 은퇴견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안내견 후보 강아지를 위탁받아 1년 여를 돌보며 사회화 훈련을 담당했던 퍼피워커 자원봉사자는 자신이 키운 강아지가 당당한 안내견으로 성장한 것에 대한 감동과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동시에 본격적인 안내견 활동을 시작하는 안내견 8마리와 앞으로 함께 걷고 살아갈 시각장애인 파트너 8명은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6년에서 8년간 안내견 활동을 마치고 반려견으로 삶의 2막을 시작하는 은퇴견도 주인공이었다. 입양가족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은퇴견 6마리 중 3마리는 강아지 때부터 함께 했던 퍼피워킹 가족에 입양됐다.
◇ 고 이건희 회장 의지로 시작…29년간 긍정적 변화 이끌어
삼성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회공헌 사업은 이 회장 의지로 시작됐다. 이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을 기념해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를 설립했다. 변화를 향한 첫걸음을 사회 공헌으로 시작한 셈이다.
이 회장은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피력해왔다. 이 회장은 ‘동물을 통한 사회공헌’ 노력을 인정받아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1994년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이래 매년 12마리에서 15마리 안내견을 양성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가장 최근 파트너와 맺어진 ‘그루’까지 포함하면 2022년 현재까지 총 267마리를 분양했고 현재 70마리가 안내견으로 활약하고 있다.
사회공헌 사업이 29년간 이어지며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안내견 사업을 시작한 90년대 초반부터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안내견 양성과 함께 안내견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삼성화재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시각장애 체험’, 안내견과 함께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1999년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이 공공장소에 출입할 때 거부하면 처벌받도록 한 조항이 ‘장애인복지법’에 도입됐다. 2012년에는 훈련사 및 퍼피워킹 자원봉사자가 훈련과 사회화를 목적으로 편의시설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같이 법적인 지위를 동등하게 부여하는 법안이 개정되며 안내견 양성을 위한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 29년간 안내견을 위한 사회적 노력 병행
29년간 안내견학교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숨은 조력자들의 노력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아지와 1년간 함께 생활하는 퍼피워킹 가정이다. 자원봉사 가족은 퍼피워킹하면서 출입을 거부당하거나 때로는 험한 소리에 상처받으면서 오로지 선한 목적을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명 ‘사회화 과정’이라 부르는 기간 동안 예비 안내견은 지하철, 버스, 마트 등을 오가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일상 속 상황을 경험하고 사람과 사는 즐거움을 느끼게된다.
1가정에서 시작한 퍼피워킹 가정이 약 1000여 가정까지 늘었고 현재 퍼피워킹을 하고자 신청한 대기 가정이 110여 가정으로 약 2년간 대기해야 할 정도로 기꺼이 시간과 애정을 쏟겠다는 자원봉사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은퇴한 안내견 노후와 죽음을 함께하는 자원봉사 가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은퇴견 입양 가정은 엄마견·아빠견을 돌보는 번식견 가정과 더불어 누계로 각각 600여 가정과 200여 가정까지 늘었다. 퍼피워킹 가정, 은퇴견 입양 가정, 번식견 가정을 모두 합치면 1800여 가정에 이른다.
안내견학교 견사에서 근무한 자원봉사자도 현재까지 총 3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 1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해야 한다는 엄격한 자원봉사자 자격규정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활동해 오며 안내견 양성 과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안내견 양성 과정 중 훈련사가 진행하는 전문 안내견 훈련을 제외한 나머지 과정, 퍼피워킹과 은퇴견 홈케어, 번식견 홈케어는 순수 자원봉사자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 2023년 개교 30주년…"앞으로도 인식 개선 노력할 것"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내년 개교 30주년을 맞는다. 삼성은 안내견 양성 사업을 꾸준히 지속하고 관련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내견 육성과 훈련, 직원교육 등에서 세계안내견협회(IGDF) 인증받은 검증된 전문기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안내견과 파트너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는 "안내견 사업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으로 29년간 시각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지원하고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 왔다"며 "앞으로도 안내견과 파트너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사회적 환경과 인식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