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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오른쪽에서 첫번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과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 일행이 지난달 25일 천안사업장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이후 국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계를 향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IRA에 따라 보조금을 받으려면 북미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우리 기업이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 뿐만 아니라 단독 공장을 건설 중이거나 운영하고 있어서다. 북미 지방정부도 대규모 배터리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우리나라 기업에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미국 IRA에 대응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7400억달러(약 1000조원) 규모 전기차 보조금을 책정하고 이를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지급하기로 하면서 완성차 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내년부터 추가되는 배터리 관련 조건이 핵심이다. 자국 내 배터리 원자재 생산 및 공급 강화를 골자로 하는데 2024년부터 중국을 비롯해 미국 정부가 ‘우려 국가’로 지정한 나라에서 생산한 배터리나 양극재를 비롯한 핵심 원자재, 리튬 등 광물이 들어가는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국은 배터리 생산 역시 자국 내 공장에서 이뤄지도록 규제한다. 중국을 배터리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동시에 미국 내에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생산시설을 구축하라는 요구다.
이에 따라 완성차 기업은 투자 일정을 앞당기면서 국내 배터리 3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미국 포드는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국내 기업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주 한국을 긴급 방문해 배터리를 공급받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최고경영진을 만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는 권영수 부회장이, SK온에서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투자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배터리 확보를 위한 계획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라인을 애초 계획에서 반년가량 이른 연내 착공해 2024년 하반기 가동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와 현지 배터리 협력을 추진하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유력하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는 인도네시아 사례와 유사한 합작공장을 신설할 가능성도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공장 신설은 완공까지 3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지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생산한 배터리를 모두 조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미국 IRA로 북미 현지 배터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흐름에 발 맞춰 투자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규모 배터리 생산시설을 유치하려는 북미 지방정부들도 K-배터리 모시기에 나섰다.
삼성SDI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로부터 공장설립 요청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빅터 페델리 온타리오주 경제개발 및 고용창출 무역장관이 이달 초 삼성SDI 관계자와 만나 배터리 공장 건립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델리 장관은 삼성SDI 측에 온타리오주에 배터리 투자 유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에는 에릭 홀콤 미국 인디애나주 주지사 일행이 삼성SDI 충남 천안 사업장을 방문했다. 삼성SDI가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에 구축하는 공장 설립 계획을 점검하고 주정부 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알려졌다. 업계는 내년 미국 IRA에 대응하기 위해 가동 시점이 당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투자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달 초 더그 듀시 애리조나주 주지사가 방한해 LG에너지솔루션에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애리조나주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따라 비용 부담이 커지자 3개월 후인 지난 6월 전면 재검토에 돌입했다. 업계는 IRA 대응을 위해 북미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시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애리조나주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RA로 북미 완성차 업계와 국내 배터리 기업 간 파트너십이 강화되는 ‘IRA 특수’가 기대된다"며 "시장에 불확실성이 높지만 선제적 투자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