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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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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천연가스, 글로벌 공급망 확보가 우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21 10:15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한국가스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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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한국가스학회 회장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경제는 암흑의 세계로 치닫고 있다. 그나마 버티던 중국 경제도 2분기 성장률이 0%대에 그치는 등 자원에너지 전쟁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는 엄청난 시련을 맞고 있다. 코로나 사태와 기후변화 환경규제 심화 등 복합적 위기 상황이 확산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도 악화 일로에 있다. 이와 같은 위난에 선제적으로 자원에너지 확보에 국력을 집중하여 위기를 극복하려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안’ 발의는 매우 중요하고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안의 입법 취지와 다르게 자가소비용 직수입자에 대한 도시가스 제3자 처분을 인정하고 있는 점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2020년 천연가스 직수입 물량은 906만 톤으로 전체 도입량의 22%를 차지하였다. 이제 직수입시장은 단순히 자가소비용 차원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그에 걸 맞는 역할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

법안 제36조는 자원안보위기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핵심자원의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자가소비용 직수입자가 그 도시가스를 국내의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기존 도시가스사업법의 규정이나, 법안 제32조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법치주의 원칙인 체계정당성의 원리나 형평성에 배치된다.

우선, 법안 제32조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자원안보위기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핵심자원의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해당 핵심자원의 공급기관·수요자 등에게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조정·명령,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제4호(공급기관 상호 간의 핵심자원의 교환 또는 분배 사용), 제7호(핵심자원의 양도·양수의 제한 또는 금지)에서 조치사항을 나열하고 있다.

따라서 법안 제36조는 이미 제32조가 자원위기에 대응하는 입법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고, 핵심자원의 양도양수 금지에 배치되는 처분을 인정한 점은 동일 규범 내에서 그 규범의 구조나 내용 또는 원칙 면에서 상호 배치되거나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는 ‘체계정당성의 원리’에 저촉된다.

또한 도시가스사업법 제10조의6 제1항은, "자가소비용직수입자는 수입한 천연가스를 국내의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 다만, 천연가스의 수급안정과 효율적인 처리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도법에 이미 처분의 예외를 인정한 만큼, 법안에서 별도로 예외를 인정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필요하다면 도법의 규율체계 내부에서 예외 사유를 추가하는 방법이 법률 체계적으로 타당하다.

법안 제36조는 오히려 보다 확대된 국내 제3자 재판매를 조장할 수 있는 특혜조항으로 특별법의 입법취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직수입 물량의 재판매는 국가에너지 위기대응전략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직수입자의 영업활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제 LNG 시장의 가격 변동에 편승한 ‘체리피킹( Cherry picking)’으로 직수입자의 이익은 급증하였고, 수급관리에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직수입자에게 처분 기회를 추가로 주는 것은 천연가스 수급 불안정을 더욱 가속시킬 수 있다.

따라서 법안 제36조는 헌법상 원칙은 물론, 에너지 수급안정과 무관하게 직수입자의 편익만 가중시키며, 오직 도시가스만 처분 특례를 인정하는 등 형평성에 배치된다. 따라서 법안 제32조에 추가하여 특별히 처분 특례를 규정할 합리적 이유가 없고,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너무 확대되는 문제 등 특례의 당위성이 없는 만큼 법안 제36조는 재검토해야 한다.

국내 수요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가 국가 수급의무를 우선 책임지는 만큼, 비상위기 시에는 직수입자들이 우선적으로 도매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에 처분하는 것이 타당하다. 자원위기 상황에서 직수입자들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 관점에 글로벌 공급망 확보에 진력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천연가스 수급위기의 최우선 과제는 처분 인정이 아니라 범정부적 차원의 천연가스 확보전략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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