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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
추석을 앞두고 우리에게 큰 상처를 남긴 태풍 ‘힌남노’가 소멸되기 무섭게 제14호 태풍 ‘난마돌’이 한반도를 스쳐 갔다. 특히 힌남노는 역대급 태풍으로 인명과 시설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이러한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제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됐다. 온실가스를 줄이고 새로운 저탄소 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가야할 길이 되었다.
우리는 이 길을 탄소중립이라 이름을 붙였고, 이를 위해 어렵게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마련하였다. 이 법에는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을 포함하여 향후 20년 동안의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을 명시하였다. 아울러 이와 관련된 정책 및 계획 그리고 그 시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조직으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된 2022년 7월 이전에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구성되어, 2050년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어 발표하였다. 평가가 엇갈리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였지만, 처음으로 우리의 미래 모습이 어떠해야 할지를 그려보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크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앞으로 풀어가야 할 난제들도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고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위원회가 100여명의 대규모 자문위원으로 구성되었던 이유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 도출 시한을 정해 둔 상황에서 수많은 목소리를 용광로에 녹여서 하나의 합의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역부족이었고 결과물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나오게 되었다.
현 정부에서 새롭게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한들 과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결국 모든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원칙과 우선순위를 정하고, 새로운 변화에 따른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 그리고 예상되는 갈등을 선제적으로 지혜롭게 조정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민간공동위원장 자리가 채워지면서 새로운 위원회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위원회의 중요한 과업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예상되는 갈등을 찾고 이를 관리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위원회의 구성원들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치적 색깔을 벗어나 중립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합리적 인사들이 함께 하길 기대한다.
기존의 탄소중립위원회는 부족하나마 2050년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하였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후속 작업을 이어가지 못하였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상반기에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연계된 구체적인 이행계획 즉, 로드맵이 마련되었어야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지금까지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2030년의 강화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시간이 이제 8년 밖에 남지 않았다. 얼마 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큰 틀이 발표되긴 했지만, 2030년의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력부문을 포함한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계획이 필요하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은 코로나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2019년과 2020년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을 벗어나면서 움츠렸던 경제활동이 조금씩 기지개를 틀면서 2021년 배출량은 다시 증가하였고 올 해의 배출량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반등현상은 2030년 목표달성에 경고등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재정비될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기후위기 대응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면서, 무엇보다도 먼저 국가 전 부문에서의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이고 이행가능한 실천 계획과 2050년을 향한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2022년도 이제 3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서둘러 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고 기후위기 상황을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물론 자문기구의 성격을 갖는 위원회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고, 정부 부처를 다독여 가며 국가정책을 수립해 나간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기후위기를 앞에 두고 남 탓만 하고 있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우리의 미래가 암울하게 다가올 뿐이다.
더 늦기 전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활로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길, 탄소중립의 길을 만들어가는 촉매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