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성철환

cwsung@ekn.kr

성철환기자 기사모음




[EE칼럼] 실망스러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15 09:51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2022091501000554900024621

▲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정부가 지난달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공개했다. 2036년까지 117.3GW의 예상 최대 전력수요를 확보하는 방안을 담은 계획이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황당하다는 느낌을 떨쳐내기 어렵다. 2036년까지 마련해야 하는 발전설비의 용량이 237.4GW나 된다. 최대 전력 예상치의 2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다. 전력 설비의 절반이 무용지물로 놀게 된다는 뜻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의 대안으로 무작정 밀어붙였던 태양광·풍력 설비의 비효율이 더욱 심각하게 증폭된다는 뜻이다.

2036년까지 107.4GW의 태양광·풍력 설비를 마련하겠다고 한다. 매년 축구장 1만 개가 넘는 면적의 숲·농지를 포기해야 가능한 규모다. 지난 반세기 동안 애써 가꿔놓은 숲과 소중한 식량 생산에 써야 할 농지는 함부로 훼손할 수 없는 것이다. 수상 태양광과 해상 풍력이 대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63빌딩보다 높은 해상 풍력은 어민들의 삶을 망쳐버린다. 안정적인 관리도 기대하기 어렵다.

영세 민간 사업자들에게 떠맡겨버린 태양광·풍력의 안정적인 운영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약속해놓은 각종 보조금도 부담스럽다. 과연 기록적인 적자와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한전의 현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 막 드러나고 있는 태양광·풍력 설비 확대의 윤리 문제도 가볍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양광·풍력의 비효율이 무엇보다 심각하다. 실무위가 예상하는 태양광·풍력의 발전효율은 21%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의 13.8%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무작정 믿을 수는 없다. 간헐성·변동성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호언장담하던 에너지 저장장치(ESS)의 가능성도 사라져버렸다.

태양광·풍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LNG 설비에 의한 낭비도 감당하기 어렵다. 태양광·풍력의 보조전원에 지나지 않는 LNG 설비의 효율도 24%에도 미치지 못한다. 원전의 80%, 석탄의 46%와는 비교하기도 어려운 효율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불안해진 국제 LNG 시장의 혼란도 부담스럽다. 이미 탈원전으로 늘어난 LNG 발전량의 증가가 한전의 기록적인 적자와 부채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인 상황이다. 탈원전을 포기하더라도 신재생 증가에 의한 LNG 발전을 줄이지 못하면 한전의 정상화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탈원전 폐지의 의지도 분명하지 않다. 지난 정부가 폐로를 선언했던 12기의 원전을 계속 가동하고, 완공을 눈앞에 둔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이외에 지난 정부가 불법적으로 공사를 중단시켜버렸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한다는 것이 고작이다. 역시 지난 정부가 무작정 백지화시켜버렸던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의 공사 재개도 초안에 담아내지 못했다.

새로 추가된 ‘무탄소 전원’의 정체도 불확실하다. 지난 정부가 뒤늦게 탄소중립을 강조하면서 내놓았던 ‘수소·암모니아’라는 설명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수소를 생산·운반·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턱없이 부족하다. 발전원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운 태양광·풍력으로 그린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주장은 공상소설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로 핑크 수소를 생산하겠다는 국무총리의 최근 발언도 비현실적인 억지다. 국내에서 개발했다는 수소차에 대해서는 뒤늦게 그린 워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초안을 마련한 실무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지난 정부가 5년 동안 이념적 이유로 무작정 밀어붙였던 비현실적인 탈원전·탄소중립을 고착화시키는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 실무위원회가 정반대로 탈원전 폐지를 공언한 새 정부에서도 작업을 계속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15년 장기계획을 고작 넉 달 만에 급조해낸 배짱은 놀라운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난 5년 동안 탈원전을 외치던 전문가들이 자신의 영혼을 헌신짝처럼 내던져버리고 탈원전 폐지에 앞장서는 모습은 절망적이다. 탈원전 폐지가 합리적 에너지 정책과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해야만 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