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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엑시노스 2200’ |
◇ TSMC 생산 칩 채용 늘리는 삼성폰…자존심 구긴 삼성 파운드리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4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4’와 ‘갤럭시 Z 플립4’에는 퀄컴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플러스 1세대’가 탑재된다. AP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반도체다.
삼성전자가 퀄컴 AP를 선택한 이유는 성능 때문이다. 퀄컴에 따르면 스냅드래곤 8플러스 1세대는 전작 ‘스냅드래곤 8 1세대’ 보다 중앙처리장치(CPU) 동작 속도가 10% 빨라졌다. 전력 효율성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도 각각 30% 가량 더 높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설계하고 삼성전자가 생산한 AP ‘엑시노스’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주로 탑재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부터 외면받고 있어서다. 엑시노스는 범용 AP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반에 탑재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채용되는 비중이 특히 높았다. 삼성전자는 퀄컴 제품과 함께 엑시노스를 ‘갤럭시 S’ 시리즈 등 플래그십 제품군에 병행 탑재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쌓은 스마트폰 사업을 마중물로 삼아 스마트폰 AP 사업을 키운다는 구상이었다.
스마트폰 사업으로 비메모리 사업을 키운다는 삼성전자 전략에 균열이 일어난 시점은 ‘엑시노스 2200’부터다. 삼성전자 4나노미터(㎚) 파운드리(수탁생산) 공정에서 생산되는 엑시노스 2200는 시장에서 기대 이하 성적표를 받으면서 지난해 국내 출시 ‘갤럭시 S22’가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를 위시한 성능 논란에 휩싸이게 한 주범이 됐다. 이는 같은 공정에서 생산한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결국 퀄컴은 차기 제품 생산을 TSMC에 맡기게 됐다.
엑시노스는 삼성전자가 내년 초 내놓을 ‘갤럭시 S23’ 시리즈에 탑재될 가능성도 작다. 업계에서는 TSMC가 생산하는 퀄컴 AP가 전량 탑재될 것으로 점친다. 앞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진행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갤럭시 S22 시리즈에 스냅드래곤이 들어간 비중은 75%"라며 "삼성과 파트너십 확대로 갤럭시 S23 시리즈부터는 비중이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 AP 사업 전략 수정 불가피…‘갤럭시 전용칩’ 생산 가능성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AP 사업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서는 우선 삼성전자가 보급형 스마트폰용 AP를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모색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올해 2분기에는 보급형 공략을 앞세워 점유율 개선을 이뤘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세계 모바일 AP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7.8%로 5위를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3%포인트가 증가한 수치다. 반면 1위 대만 미디어텍을 비롯해 2위 퀄컴 등은 일제히 점유율이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을 제외한 시장에서 엑시노스 출하량을 1분기 1490만대에서 2분기 2280만대로 53.0%나 확대한 효과다.
삼성전자는 최근 진행한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시스템온칩(SoC) 사업 모델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특히 차세대 모바일 엑시노스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마트폰 외에도 웨어러블 등 응용처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을 위한 전용칩 개발에도 나섰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은 지난달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관련 팀과 파트너사가 열심히 자체 AP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화하는 시점이 되면 시장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주로 탑재하는 AP는 단말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으로 몇 차례 부진을 겪었다고 해서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 퀄컴 등 상위 업체와 경쟁하는 삼성전자가 이를 포기할 가능성은 작다."며 "웨어러블을 비롯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AP가 갖는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사업 방향에 대한 고민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