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계에서 선두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첨단 반도체 공정인 3나노미터(㎚) 진입에 성공한 가운데 업계 1위인 대만 TSMC가 한발 늦게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나섰다. 지난해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후발주자인 만큼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며 추격 고삐를 당기는 모양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다음달 첫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첫 고객사는 애플이다. TSMC는 3나노 공정을 활용해 애플 노트북에 탑재되는 중앙처리장치(CPU)인 ‘M2 프로’를 양산할 계획이다.
3나노 반도체 공정은 현재 상용화한 반도체 공정 중 가장 첨단 기술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 초도 양산을 시작한 뒤 7월 25일 제품 출하를 마쳤다. TSMC보다 약 3개월가량 앞선 셈이다. 삼성전자는 해당 공정에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했다. 기존 기술보다 반도체 면적과 소비 전력을 줄이고 성능을 높였다.
TSMC는 3나노 공정에 기존 ‘핀펫’ 기술을 그대로 사용한다. 양산 시점뿐만 아니라 기술력 측면에서도 삼성전자에 뒤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는 2024년 양산을 목표로 3나노 GAA 2세대 공정을 개발 중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높은 대형 고객사 다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에서 TSMC는 삼성전자에 크게 앞선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매출 기준 점유율은 TSMC가 53.6%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6.3%로 선두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TSMC는 차기 공정 등 기술력에서 삼성전자에 추격을 허용했지만 오랫동안 파운드리 사업 선두를 유지해오며 쌓아온 신뢰도가 강점으로 꼽힌다. 애플을 비롯해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특히 애플 새 반도체를 수주한 점을 두고 TSMC가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에 비해 파운드리 시장에 늦깎이 참전한 인텔은 업황 침체 우려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인텔은 캐나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와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 반도체 생산 공장 투자 프로그램(SCIP)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진입을 선언하고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신설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한 투자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3나노를 기점으로 선두 TSMC를 추월한 삼성전자는 전망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미 올해 2분기 기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61%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오는 2025년에는 수익성이 대폭 향상되면서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자체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가 3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면서 삼성전자와 TSMC간 경쟁 구도가 명확해졌다"며 "삼성전자가 먼저 양산 선언을 했다는 점은 수율이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는 의미로, 차기 공정까지 안정적으로 양산에 성공할 경우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