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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한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대들보인 반도체와 배터리의 실적이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에 이은 경기 침체와 수요 축소로 반도체 시장에 잔뜩 먹구름을 드리워져 있고, 전기자동차용 베터리 시장은 리튬을 비롯한 원자잿값 상승세가 이어지며 불확실성을 높아졌다.
◇ 반도체 실적 전망 줄하향…메모리 수요 급락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지난 6월 관측과 비교하면 올해는 16.3%에서 13.9%로 조정했다. 지난해 성장률 26.2%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시장 규모는 6330억달러(약 845조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반도체 시장 성장률도 기존 5.1%에서 4.6%로 고꾸라졌다. 시장 규모는 6620억달러(약 884조원)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다. 시장이 역성장한 2019년 이후 최저치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계가 강점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낙폭이 특히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WSTS가 조정한 올해 성장률은 8.2%로 두 달 만에 18.7%에서 대폭 주저앉았다. 내년은 3.4%에서 0.6%로 낮췄다. 지난해 성장률 30.9%에서 곤두박질치는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부분 전자제품에 들어가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민감한데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 수요가 급감하면서 ‘냉각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서버 시장 역시 경기 침체로 위축되고 있다.
당장 올해 3분기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대만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2분기 대비 최대 1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메모리 반도체가 팔리지 않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부분 업체가 떠안은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 탓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DS)사업부와 SK하이닉스 재고자산 총액은 각각 21조5080억원, 11조8787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0.7%와 33.2% 급증했다.
주력 제품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하반기 반도체 겨울에 대비한 생산능력 축소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설비 투자 계획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 중국산 리튬값 치솟아...가격 경쟁력 확보에 난항
배터리 업계 전망도 암울하다. 가격이 내려가는 반도체와 달리 배터리는 주요 원자잿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가격이 치솟고 있다. 특히 배터리 주요 원자재인 양극재에 필수로 들어가는 리튬 가격이 내려오지 않고 있다.
최근 배터리 원자재 생산량이 많은 중국에서 유례없는 폭염이 발생해 생산 차질을 겪으며 가격 상승을 더 부추기고 있다. 현지에서 리튬 제련 공장이 가동을 멈추며 공급난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이달 말 들어 중국 남부에서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쓰촨성 당국에서 전력 제한 조치 시행했다. 이에 따라 중국 리튬 생산 27.9% 차지하는 쓰촨성에서 톈치리튬 주요 기업이 운영하는 리튬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 23일 기준 중국산 탄산리튬 가격은 t당 48만7500위안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가인 지난 3월 t당 49만7000위안에 근접한 수준이다.
중국은 대규모 리튬 생산국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리튬을 조달하는 주요 수입국이기도 하다. 중국발 리튬 공급난에 국내 업체가 긴장하는 이유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수산화리튬 수입액 중 중국산 비중은 84.4% 기록했다. 전년 대비 454.1% 늘어난 수치다.
배터리 기업은 리튬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판가와 연동하고 있다. 당장 큰 타격은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배터리 가격이 오르면서 비싼 값에 배터리를 조달하는 완성차 업체에는 부담이 커진다. 결과적으로 전기차 가격이 오르게 되면 시장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 배터리팩 가격은 킬로와트시(kWh) 당 올해 168달러에서 2024년 178달러로 오를 전망이다. 업계는 배터리팩 가격이 kWh당 100달러 이하로 내려와야 내연기관차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지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기차 가격이 올라 대중화 시점이 미뤄지면 배터리 기업도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시기가 늦어질 우려가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리튬 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호주 등 해외 광산을 직접 공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에 더해 배터리 재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당장 중국 공급량을 대체할 만한 수준을 갖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