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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산업계, 핵심소재 확보 '발등의 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22 15:01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제정에 국내 배터리·소재업계 비상



中 의존도 축소 위한 광물확보 및 수입선 다변화 묘수 없어



포스코·롯데케미칼·LG엔솔 등 현지에 공장 설립·투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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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배터리를 점검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이진솔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제정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를 비롯해 배터리 소재 관련 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핵심 소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 모색이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IRA는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고자 내놓은 법안으로 오는 2024년 12월 31일 이후 출시 등록하는 차량의 배터리와 배터리의 핵심 광물이 ‘우려 국가’, 즉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업계는 광물 조달 다변화를 위해 미국 진출 및 투자 등을 진행하곤 있으나, 당장 중국 의존도를 대폭 줄이긴 어려운 만큼 미국 정부의 행보를 예의주시해 방안 마련에 지속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입장이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RA에 서명하면서 IRA가 본격 발효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배터리 및 소재업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정부에게 세액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광물 비중을 2023년엔 40%까지, 2027년엔 80%까지 높여야해서다. 부품 역시 내년부터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50% 이상 사용해야 하고, 오는 2029년에는 100%로 맞춰야 한다.

문제는 IRA상 국가 기준이다. 만약 법안이 정한 국가 기준이 제련 법인이라면 국내 업계는 중국 의존도를 큰 폭으로 줄여야 하는 셈이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의 대(對)중국 광물·소재 의존도는 80~90%에 이른다. 특히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2018년 64.9%에서 지난해 83.8%로 18.9%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코발트 역시 53.1%에서 64.0%로 10.9%포인트 상승했으며 천연 흑연도 83.7%에서 87.5%로 3.8%포인트 늘었다.

올해 상반기만 봐도 주요 광물의 중국 수입액은 80%를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수산화리튬의 경우 수입액 17억4829만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액이 14억7637만달러로 84.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코발트도 전체 수입액 1억5740만달러 중 중국 수입액이 1억2744만달러로 81.0%를, 천연 흑연 역시 전체 수입액 7195만달러 중 6445만달러가 중국산으로, 비중이 89.6%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IRA를 염두에 두고 수입선 다변화는 물론, 대체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홍지상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중국 무역 수지 적자 진단’ 보고서에서 "전기차 수출이 확대되면서 상반기 중국으로부터의 수산화리튬 수입이 급증했다"며 "수입선 다변화 및 대체 생산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포스코23

▲포스코홀딩스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염수리튬 1단계 착공식 모습


이에 배터리업계는 물론, 소재 개발 기업들은 일찌감치 원자재 조달처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호주 리튬 광산 업체 필바라사와 현지법인을 설립, 광석에서 추출한 리튬을 생산을 예고한 상태다. 또 아르헨티나 염호 광산권을 인수해 올해부터 수산화리튬 생산에도 진출했다.

롯데그룹 화학군(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역시 최근 미국 내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 선점을 위해 현지 합작사 ‘롯데 알미늄 머티리얼즈 USA (LOTTE ALUMINIUM MATERIALS USA)’를 미국 켄터키주(Kentucky) 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 근처에 설립했다. 이 합작사는 미국 내 100% 자회사를 통해 약 3300억원을 들여 만들어지는 미국 내 최초 양극박 생산 기지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 합작사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해외 시장 진출에 안정적인 소재 파트너사로 K-배터리사의 현지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공급망을 강화하고자 최근 미국 컴파스 미네랄사(Compass Minerals)와 탄산·수산화리튬 공급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중 하나인 칠레 SQM, 독일 벌칸 에너지와 2029년까지 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리튬 정광(리튬 원료)을 생산하는 광산업체인 브라질 시그마 리튬, 호주 라이온타운 등과 장기 공급계약을 약속하는 등 리튬 공급망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다만, 이들 업게는 당장 중국 위주의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IRA에 중국산 비중 상한선과 국가 기준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돼 있지 않아 향후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더 두고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현재 한국 기업은 배터리 생산 시 중국 광물·부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또 그간의 미국 진출이 배터리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부품·소재업계는 느린 편이어서 관련 부품 조달의 현지화도 쉽지 않다.

이에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IRA 법안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흑연, 니켈 같은 광물에 대한 중국산 비중 상한선을 정하는 것인데 아직 구체적인 비율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생산 관련해선 미국에 JV와 단독 공장 등 있어 충분히 대응 가능하고 수혜도 입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문제는 중국산 광물 비중 상한선이다. 당장 중국 의존도를 대폭 줄이긴 어렵고 향후 나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 촉각을 예의주시하며 꾸준히 광물 조달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배터리 소재 관계자도 "현재 국내 기업들도 배터리 소재 개발 및 확보를 위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광물 확보를 위한 투자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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