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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美서 '인플레 감축법' 암초…노사정 '대승적 협력'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18 15:18

보조금 중단 '발등의 불'…아이오닉 5·EV6 돌풍 제동 불가피



노조 전기차 현지생산 협조…정부의 노사중재 노력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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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전기차 생산라인.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던 현대자동차·기아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라는 암초를 만난 가운데 노·사·정이 ‘대승적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 현지 생산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 만큼 노사는 대응책을 함께 모색하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중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미국에서 ‘인플레 감축법’이 시행되면서 현대차·기아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7400억달러(약 972조원) 규모로 마련된 해당 법안에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차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 5, EV6 등 전기차를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법 시행으로 하루 아침에 소비자 판매가가 1000만원 가량 비싸진 셈이다. 이전까지는 전기차 신차에 최대 7500달러(약 985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제공됐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계획을 최근 발표했지만, 완공 후 양산 시점 목표가 2025년이다. GV70 전동화 모델이 11월부터 생산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력 차종은 아니다.

현대차·기아 입장에서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EV6 등 수요가 많은 차종을 현지에서 생산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노조의 허락’이다. 현대차·기아 단체협약에는 특정 차종의 생산시설 이전을 위해서는 노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문제는 노조가 국내 고용 감소 등을 우려하며 전기차 모델의 미국 생산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아 노조의 경우 최근 무분별한 해외 투자를 철회하라고 사측을 압박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아 노사는 아직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 노사가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양사의 미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본다.

양사는 미래차의 대표주자인 전기차 기술력을 끌어올리며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간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상품성 측면에서는 테슬라, 폭스바겐그룹과 최상위권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다. 테슬라는 시장 선도 업체고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이후 전기차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내연기관차 시장 강자인 토요타그룹, 다임러그룹(메르세데스-벤츠), BMW그룹 등의 전기차 경쟁력은 현대차그룹 보다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에서 인플레 감축법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가 기존 74종에서 21종으로 줄어들지만, 다른 업체와는 충격 자체가 다르다는 뜻이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1~7월 미국 전기차 판매는 3만9484대로 전년 동기 대비 73.1% 급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기아 노사가 미국 생산 라인 변경 내용에 극적 합의를 이루고 현대차가 대승적 차원에서 비슷한 타협안을 만들어내는 게 (현대차·기아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적용돼 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설 설치가 필요하다. 미국으로 부품을 제때 조달하고, 중국 CATL사 배터리 적용 물량은 다른 국가로 돌리는 등 조정도 필요하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한국전기차협회 회장)는 "법안 자체가 교역 상대국을 무시한 경향이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현지 자동차단체 등과 연계해 유예기한을 달라고 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현지 내연기관 공장을 전기차 라인으로 바꾸는 데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은 걸린다. 현대차 노사가 발전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정부가 중재 역할을 잘 해줘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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