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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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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새정부 '원자력 회귀' 핵 안보로 이어져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3.23 09:59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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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새 정부의 정책이 그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윤 당선인이 공언한 ‘협치’에도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 기조로 곤혹을 겪은 원자력 업계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대선 당시부터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는 상당 부분 일치된 입장을 보였는데, 특히 두 사람 모두 원자력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것이 눈에 띄었었다. 따라서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 회귀(Nuclear U-turn)’로 선회할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반(反)원자력 진영에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되겠지만, 사실 원자력 회귀는 피하기 힘든 수순이었다. 우선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나 에너지전환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서 원자력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은 전문가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에너지자급율을 높이는 것이나 전력부문의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데 있어서는 원자력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기여도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탈원전 지지 진영에서는 원자력이 에너지안보나 에너지전환 측면에서 재생에너지보다 더 나을 것이 없으며, 오히려 안전사고나 자연재해와 같은 유사사태, 폐기물 처분 문제 등의 장기난제들을 생각할 때 원자력은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이어왔다. 전력생산의 비용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의 전력단위(kWh) 당 실질 발전비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느니만큼, 폐로나 폐기물 처분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원자력이 재생에너지보다 결코 저렴할 수 없다는 주장도 계속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원자력의 의미는 에너지안보, 에너지전환, 그리고 경제성의 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대선 당시부터 안 위원장은 원자력의 의미를 과학·기술의 맥락에서 보았다. 원자력에너지 관련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상용화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물론, 러시아나 중국은 해상 부유형 원자로까지 운영하고 또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폐로나 폐기물 보관 및 처분에 관한 기술들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자력과 관련된 기술 개발과 발전을 게을리 한다면 세계 원자력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축소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할 것인데, 이는 결코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선진적인 기술과 우리 과학계의 운명이 국가 정책에 의해서 도전받는 것은 앞으로도 반드시 피해야 한다.

또한 어느 국가의 원자력 기술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가는, 곧 핵안보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원자력 기술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은 원자로에 사용되는 핵연료를 생산하는 과정(농축)에서, 그리고 원자로에서 사용하고 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과정(재처리)에서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도 있는 핵분열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인데, 그렇기 때문에 농축과 재처리는 국제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자력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장려하면서도 핵분열물질의 비확산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임무에 매진하고 있으며, 비확산 레짐의 중심국인 미국은 소위 ‘123 협정(미국과 원자력 협력국 간의 양자 협정)’을 통해 비확산 레짐을 보완해 왔다. 그런데, 미국 국내에서 원자로 건설이 위축되자 세계 시장에서도 미국 원자력 기술의 입지가 점차 축소되었고, 이는 러시아나 중국산(産) 원자로의 보급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비확산 기조에 누구보다 앞장서 기여해 온 미국 원자력 기술의 국제적 영향력이 약해져 기존 비확산 레짐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핵안보 차원에서 대단히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한국은 40년 넘게 원자력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고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아울러 비확산 기조를 준수하려는 노력 역시 계속해 왔다. 이런 한국의 원자력 기술이야말로 더욱 진보해야 하며, 세계 핵안보에도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새 정부에서는 원자력의 회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원자력 기술이 세계 핵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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